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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대만 (2)

달빛 머금은 홍등 따라 마음도 따라간다

  • 기사입력 : 2018-04-2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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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여행의 메인 관광지는 대만 시내보다는 근교에 많다. 대만 여행을 준비하다 보면 ‘예스진지’ 혹은 ‘예스폭진지’라는 말이 자주 보인다. 이는 대만 근교에 있는 유명관광지인 ‘예류’, ‘스펀’, ‘스펀폭포’, ‘진과스’, ‘지우펀’을 가리킨다. 근교 여행은 버스투어나 택시투어를 많이 이용하는데, 각각 장단점이 있다. 택시투어는 조금 더 자유롭고 선택이 가능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버스투어는 가격은 싸지만 조금 더 제한이 있다. 우리는 버스투어를 선택했는데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투어는 한국에서 미리 신청을 했고 오전에 타이베이 메인 스테이션 집결장소에서 모였다. 그 전에 함께 여행을 떠난 은혜와 유진이와 함께 대만에 오면 꼭 해보고 싶었던 샴푸 마사지를 하기 위해 미용실로 향했다. 시먼딩 같은 시내에는 이미 우리나라 방송에도 나왔던 유명한 미용실들이 있지만 우리는 숙소 근처 미용실을 가기로 했다. 동네 미용실 한 군데를 찾았고 아침 댓바람부터 샴푸 마사지를 하겠다고 빠른 발걸음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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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경이 아름다운 지우펀의 홍등 거리. 비탈길에 밝게 빛나는 홍등이 마치 우리를 반기는 듯하다.



    미용실은 옛날 90년대 우리나라 미용실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샴푸 마사지는 샴푸로 거품을 내며 두피 마사지를 해주는 것이다. 샴푸 거품으로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 후 드라이까지 완벽히 하고 투어 집결지로 향했다.

    우리는 투어를 각자 신청했는데 은혜와 팀이 나눠졌다. 하지만 가이드에게 부탁을 해 은혜가 우리 팀으로 올 수 있게 됐다. 우리 가이드는 후기에서도 칭찬이 자자했던 분이었는데 굉장히 유쾌하고 재밌게 설명을 해 주셔서 좋았다.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예류지질공원이다. 예류는 오랜 시간 바람의 힘으로 만들어진 희귀한 바위들이 해안에 모여 있는 곳이다. 바닷바람을 뚫고 지나가면 주황빛 토지 위 한데 모여 있는 기암괴석들을 볼 수 있다. 예류지질공원은 몇 가지 구역으로 나눠지는데, 맨 처음 나오는 구역에는 낮은 바위들이 모여 있다. 바위 모습이 버섯처럼 생겨 버섯바위라고 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바위는 여왕머리, 공주머리 바위이다. 여왕머리 바위는 이집트 왕비의 두상을 닮아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높게 틀어 올린 머리와 가녀린 목선이 우아한데, 이 목선이 바람에 의해 점점 더 얇아지고 있다고 한다. 가이드는 언젠가 목이 꺾여 머리가 추락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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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펀폭포.



    다음으로 스펀과 스펀폭포로 향했는데 스펀은 꽃보다 할배에 나왔던 곳으로 기찻길에서 소원을 쓴 천등을 날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펀에 도착하기 전, 가이드가 천등의 4색을 설명해줬는데 빨간색은 복, 노란색은 금전, 핑크색은 사랑, 파란색은 만사형통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리고 단색을 선택할 사람은 손을 들고 신청하라고 했는데 우리는 단순히 파란색이 예쁠 거 같아서 선택했다. 지금 와서 하는 얘기지만 사실 설명을 제대로 듣지 않고 무조건 색을 하나만 골라야 하는 줄 알고 파란색을 선택했다. 가이드는 파란색 신청하는 사람은 1년 중 한 명 정도 있다며 그것도 20대 여자 그룹이 ‘만사형통’을 선택하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다. 가이드는 투어가 끝날 때까지 우리를 파란 천등으로 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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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우린 어쩔 수 없이 파란 천등을 받았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길’ 같은 걸 적었다. 유진이는 그때 임용고시를 준비 중이라서 ‘임용합격 기원’을 썼고 나는 ‘공기업 취업’을 썼다. 우리는 모두 교회를 다니기 때문에 천등을 믿지 않았지만 각자 원하는 바를 쓰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마지막에 ‘God bless you’라는 문구도 추가해서 띄웠다. 하늘로 띄워진 수많은 천등 중에 파란색은 정말 유일했다.

    스펀에서 꼭 먹어야 할 먹거리로는 닭날개 볶음밥과 땅콩 아이스크림이 있다. 닭날개 볶음밥은 양념된 닭날개 안에 볶음밥이 들어간 것이다. 땅콩 아이스크림은 얇은 절편 안에 땅콩가루와 아이스크림을 넣어 싸 먹는 것이다. 둘 다 정말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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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우펀 홍등 거리의 필자.



    스펀폭포에서 잠시 쉬어가고 진과스로 향했다. 하지만 주말인지라 차편을 이동할 때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진과스에선 황금빛이 나는 황금폭포 말곤 제대로 본 것이 없다. 큰 금괴로 유명한 황금박물관이 있지만 따로 입장료가 있어서 우린 가지 않았다. 광부도시락도 생각보다 너무 별로였다. 일제강점기 시대 노동착취로 황금을 캐러 간 광부들을 생각하며 밥이라도 맛있게 줬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야경이 가장 아름다운 곳, 지우펀으로 향했다. 지우펀은 ‘지옥펀’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런 별명이 붙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비탈길에 밝게 빛나는 홍등이 마치 우리를 반기는 듯했다. 펑리수, 누가크래커, 기념품 등 살거리가 많다. 특히 영화 비정성시에 나온 카페가 있는 곳이 포토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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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부의 마을이었던 진과스.



    아침 바닷바람을 맞으며 기이한 바위들을 보고 해질 무렵 지우펀의 홍등 거리에서 옛 대만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이로써 우리의 대만 여행도 막을 내렸다. 스펀 천등에 ‘임용고시 합격’을 썼던 유진이는 여행에서 돌아와 며칠 뒤 마지막 면접을 치렀고 임용에 최종 합격했다. 현재 학교 선생님이 된 유진이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나는 여전히 취업준비를 하며 노력하고 있다. 은혜의 소원인 ‘세상 모든 사람들이 행복할’ 날이 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 또한 그렇게 기도한다. 다음에도 세 명이 함께 여행을 갈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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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펀의 땅콩 아이스크림.

    여행 TIP

    ① 예스진지, 예스폭진지 투어는 버스투어나 택시투어 업체를 이용할 수 있다. ‘마이리얼트립’ 등 사이트를 통해 비교해보고 맞는 투어를 선택하자.

    ② 만약 투어를 이용하지 않고 기차로 근교 여행을 하고 싶다면 핑시선 기차를 타면 된다. 핑시선은 허우통, 스펀, 징통을 간다.

    ③ 지우펀은 대만 시내보다 누가크래커, 기념품 등이 싸다. 근교투어 마지막 코스를 지우펀으로 하고 기념품을 사오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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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지은

    △ 경상대 국문학과 졸업

    △ 커뮤니티 '여행을 닮은 인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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