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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청정해역에서 써야 하는 마스크- 김진현(통영고성본부장·이사 대우)

  • 기사입력 : 2018-04-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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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시골에 산다. 무엇 하나 편한 게 없다. 불편하다 느끼면 못 살 만큼 불편하다. 처음부터 시골생활이면 견딜 만하다. 그러나 도시서 살다 시골행이면 힘들다. 그래도 나처럼 시골서 살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면 그나마 견디지만 같이 온 가족은 참 힘들다.

    그럼에도 시골살이가 좋은 점도 있다. 언제나 마주치는 풍광이 그렇다. 아침에 일어나 글 쓰는 내 방 창밖으로 보는 산과 바다와 나무는 내 삶의 활력이다. 언제나 마주치는 반가운 얼굴도 정겹다. 인구 2만5500명의 작은 읍. 이곳의 행동반경은 좁다. 나야 거의 매일 통영과 고성을 오가니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도시생활만 하던 가족들에게는 좁다. 그래도 나가면 늘 반가운 얼굴들이 있다. 대형슈퍼나 쇼핑몰 없다. 영화관 없다. 피자는 가려서 먹을 형편도 안 되고 패스트푸드도 물론 선택권이 제한된다. 그래도 5일에 한 번씩 열리는 시골장이 있다. 무엇보다 시골이 좋은 것은 공기다. 창원과 김해에서 살 때는 등산을 자주 했다. 아니 거의 매주 산에 갔다. 무학산, 정병산, 비음산 불모산은 내 놀이터였다. 지리산 영신봉에서 김해 분성산에 이르는 산줄기인 낙남정맥의 코스들은 즐거운 나들이길이었다. 그렇게 땀 흘리고 걸으면 운동과 함께 좋은 공기가 따라왔다.

    그렇지만 고성 통영서 좋은 공기는 일상이었다. 과거형이다. 지난해 초만 해도 아니었는데 이제는 과거형이다. 올해부터는 나도 마스크를 쓴다. 고성서야 아직은 다소 유난스러워 보이지만 찝찝해서 쓴다. 서울서 마스크가 얼굴의 일부인 양 쓰다 고성에 오면 마스크 빼서 좋다던 아이도 이젠 시골집에 와서도 쓴다. 그만큼 공기가 나빠졌다. 고성은 별 공장이 없다. 몇 개 있지만 조선업 불황으로 거의 문을 닫았다. 삶이 팍팍한데 공기도 팍팍하다.

    요즘 한국의 겨울과 봄은 삼한사온(三寒四溫)이 아니다. 삼한사미(三寒四微)란다. 그만큼 괴롭다. 아침에 일어나면 미세먼지 정보 챙기기는 이제 필수다. 미세먼지 관련 앱 개수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미세먼지의 위험 그리고 오염 및 중국에 대한 항의’라는 글이 게재됐다. 10일 현재 23만5000명을 넘었다. ‘미세먼지가 자주 몰려오고 있다. 언론에서도 중국발이라고 얘기는 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정부기관이 중국에 대해 일절 말 한마디조차 하지 않고 되레 중국과 상호협력하여 미세먼지를 줄이자는 대책뿐이다.… 제발 중국에 대해 항의를 하시고 더불어 산둥반도에 위치한 공장들을 폐쇄하라고 말하라’고 청원했다.

    중국 탓이니 아니니 하는 논쟁은 국민의 몫이 아니다. 정부 몫이다. 국민이 나서 청원할 일이 아니다. 앞선 정권이 잘못했으니 거기에 다 책임이 있다며 넘어갈 일도 아니다. 국민이 힘들기 전에 일을 찾아 하는 게 정부의 의무다. 국민이 항의하기 전에 해결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고 고쳐 가야 그게 진정한 국민의 정부다. 제천과 밀양에서 불이 나 많은 사람이 상한 뒤 대통령을 비롯 정치인들이 주르르 현장을 찾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게 정부나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

    숨 좀 쉬자는데, 아이가 힘들다는데 환경부에서는 오해와 진실란을 만들어 홍보한다. 베이징공장이 산둥성이 아닌 텐진으로 옮겼다느니, 양국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느니, 전부 중국 탓은 아니라느니, 마스크 선택 기준이 어떻다느니. 이런 안일한 홍보가 환경부의 일인가.

    청정해역 남해. 그곳에서도 공장이 없기로 유명한 고성. 그것도 바닷가. 천혜의 좋은 환경에 살면서도 마스크를 써야 하고 창문을 닫아야 하며 공기청정기를 돌려야 한다면 참 문제다. 숨 쉬게 해주는 정치인이 절실하다.

    김진현 (통영고성본부장·이사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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