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통 - 김종삼
- 기사입력 : 2018-03-22 07:00:00
- Tweet
희미한
풍금(風琴) 소리가 툭툭 끊어지고
있었다
그 동안 무엇을 하였느냐는
물음에 대해
다름 아닌 인간을 찾아다니며
물 몇 통 길어준 일 밖에 없다고
머나먼 광야의 한복판
얕은
하늘 밑으로
영롱한 날빛으로
하여금 따우에선.
☞ 개인의 욕망을 예술적 자유로 포장하여 약자를 찬탈하고 억압하는데 사용하였다면 그건 이미 예술도 아니고 예술가도 아닐 것이다. 요즘 불거지는 예술가들의 권력형 성폭행이나 변태적 기행(奇行)을 목도할 때면,
‘그동안 무엇을 하였느냐는/ 물음에 대해/ 다름 아닌 인간을 찾아다니며/ 물 몇 통 길어준 일 밖에 없다고’ 시의 염결성을 역설한 김종삼 시인이 생각난다.
‘희미한/풍금(風琴) 소리가 툭툭 끊어지고 있’는 시대의 불안과 현실적 궁핍에 시달리면서도 시 외엔 아무것도 구하지 않았기에 정작 자신의 목마름에는 속수무책이었던 천상시인 김종삼 시인이 그립다. 조은길 시인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