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9월 25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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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마다가스카르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 행복이 있었다

  • 기사입력 : 2018-03-0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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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증은 밑 빠진 독에 붓는 물처럼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았다. 다들 그래 보였다. 얼굴은 못생겨 보였다. TV 속에 나오는 배우들의 헤어와 메이크업을 따라해 보지만 언제나 거울에는 오징어라 지칭하기에 오징어에게 미안한 얼굴이 보이곤 했다. 내가 하는 일의 보수가 얼마이냐보다는 잘나가는 친구의 보수가 중요하기도 했다. 나도 그랬지만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도 스스로의 삶을 평가하는 기준을 다른(그리고 대부분은 나보다 상황이 나아 보이는) 사람에게 두고 사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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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다가스카르의 날들은 삶을 평가하는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자연스러운 것처럼 보였다. 한국 사람들이 비행기 창밖만 보면 주야장천 SNS에 올릴 만한 구름 사진을 찍어대거나, 날이 좋은 날 내 피부에 닿는 햇살이 아니라 좋은 하늘을 찍는 것은 어쩌면 인간이면 누구나 높은 곳을 동경하며 사는 게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하늘만 보며 긴 걸음을 걷다 보니 목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내가 아프리카를 간 시기는 그때와 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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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표정의 마다가스카르 사람들.



    ‘해외 의료봉사활동’이라는 여행, 큰 틀에서 여행과도 같았던 에티오피아행의 명분은 우리를 ‘오지’로 안내했다. 첫 번째였던 에티오피아뿐만 아니라 마다가스카르에서도 우리의 도움이 진정으로 필요한 곳으로 갔던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동시에 상상할 수는 없었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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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표정의 마다가스카르 사람들.



    너무 많은 것이 없는 곳이었지만 우선 거울이 없었다. 거울이라는 것에 어떤 전통적인 미신 같은 것들이 있어서 특별히 없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나를 따라다니는 가장 큰 이유는 유독 눈에 띄는 고가의 내 카메라가 아니라 내 카메라가 찍어내는 그들 스스로의 모습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실제 그 지역(에티오피아나 마다가스카르의 발전된 도시 지역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거듭 밝힌다.)의 주민들이 스스로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은 물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볼 때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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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표정의 마다가스카르 사람들.



    당연히 의사도 없었고 약국도 없었다. 그곳의 사람들 중 운이 좋은 사람은 의사를 두어 번 보는 사람이었다. 약이 없어 작은 병에도 목숨을 잃을까 걱정하는 일이 허다하다고 했다. 에티오피아 오로미야 지역에는 집에 창문이 없었고 마다가스카르 수왈라라 지역에는 화장실이 없어 사람들은 근처 바닷가에서 일을 보곤 했다. 스마트폰이 있을 리가 없었고 컴퓨터도 마찬가지였다. 학교가 하나 있었지만 어두운 교실 안에는 조명이 없었다. 창문 틈새로 새어 나오는 햇빛 아래에서 책을 보고 있었다. 우리가 인지하지도 못하고 가졌던 것들, 온당하게 누리던 것들이 그곳에는 귀하거나 없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경쟁도 비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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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표정의 마다가스카르 사람들.



    하루하루 지나면서 우리도 ‘없는 것’에 익숙해져 갔다. 각오했던 불편함이 익숙해질 무렵 한국에서의 생활과 지금 우리가 처한 열악한 상황을 비교하기를 멈췄다. 그때부턴 가끔 찌푸려지는 미간이 조금씩 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완전한 현지화가 되는 것은 불가능한 짧은 기간이었지만, 씻지 않는다고 서로가 더럽다 생각하지 않았고, 들릴 리가 없어도 환청처럼 들리던 ‘카톡’이라는 문자 알림 음 대신 종류 모를 새소리들이 들렸다. 우리가 누려 왔던 것들과의 비교가 없어졌다는 것이야말로 마지막까지 봉사활동을 웃으며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그렇게 나의 두 번의 해외봉사활동인 아프리카는 아주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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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아프리카행은 7년 전이었고 그다음은 5년 전이었다. 나는 오늘도 어떤 존재와 경쟁을 하고 왔을 것이다.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새로운 카페들이 생길 때마다 생기는 긴장감과 관심은 당연하다. 새 시즌에 새로운 의류를 출시했을 때 시장과 고객의 반응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에 초연해지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하나 아프리카 이후의 나는 많이 달라진 채로 수년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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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표정의 마다가스카르 사람들.



    세상은 하루하루 경쟁하고 비교한다. 그러나 내 경쟁의 제1의 객체는 스스로다. 하늘만 바라보며 생기던 고질적인 목디스크는 없어진 지 오래다. 내 주위에 놓인 풍경들을 수평적으로 바라보며 가끔 땅바닥을 바라본다. 버려진 것들은 없는지, 내 주위에 ‘없지 않은 것’들은 얼마나 감사한지 여기며 살고 있다. 가끔 바라보는 하늘은 아름답다. 나보다 더 나은 타인과의 비교를 버리고 난 뒤 삶은 살 만했다. 내 아프리카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했지만 결코 불편함은 불행과 동의어가 아니었고 더 가짐이 내게 그만큼의 행복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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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표정의 마다가스카르 사람들.



    물론 현지에 살고 있는 현지인들의 생각은 내가 읽을 길이 없다. 다들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만 우리와는 다른 종류의 비교, 경쟁일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한 욕구나 요구는 생존과 닿아 있어 더욱 절박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어떤 식으로든 같은 선상으로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임이 분명했다.

    하나 또 한 가지 분명한 건 내가 살고 있는, 많은 선진적인 것이 존재하는 우리네 삶이 그들이 살고 있는 삶보다 우월하냐는 질문에는 의문부호를 붙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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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표정의 마다가스카르 사람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는 경쟁하고 비교하고 살아가고 있고, 그래야만 한다. 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의 노력으로 경쟁에서 쟁취한 것에 대한 칭찬은 스스로의 격려였으면 좋겠다. 타인과의 경쟁에서 도태되고 다른 사람보다 덜 가지게 된 것이 내 삶을 초라하게 만든다 해도 남이 하는 이야기가 나를 초라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없었던 아프리카는 오히려 나를 나로서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내가 아프리카에서 느낀 수많은 이야기 중에 한 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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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강(리버맨)

    △1983년 마산 출생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창원대 사회복지대학원 재학중

    △카페 '버스텀 이노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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