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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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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89) 제22화 거상의 나라 49

“저녁에 우리 데이트해요”

  • 기사입력 : 2018-03-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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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비가 오면 날이 따뜻해지고, 날이 따뜻해졌다가 추워지기를 몇 번 반복해야 봄이 올 것이다. 그래도 겨울에는 눈보다 비가 좋다. 눈이 오면 아름답기는 하지만 길이 미끄러워진다. 등려화의 아파트에서는 하천이 내려다보였다. 하천가에는 나뭇잎이 모두 떨어진 수양버들이 몇 그루 서 있었다. 수양버들은 비를 함초롬히 맞고 있다.

    “라면 먹을래요?”

    김진호가 등려화의 뒤에서 백허그를 했다.

    “라면?”

    “나 한국라면 아주 좋아해요. 한국김치도 사왔어요.”

    중국에서는 한국라면이 인기가 있다. 특히 매운 라면을 좋아한다.

    “김치를 파는 집이 있어?”

    “조선족이 하는 한국가게가 있어요. 반찬을 만들어 팔아요.”

    “무슨 김치인데?”

    “총각김치요. 맛볼래요. 아주 맛있어요.”

    등려화가 냉장고에서 총각김치를 꺼내왔다. 고춧가루를 듬뿍 뿌려 군침이 돌았다.

    김진호는 총각김치를 손가락으로 집어 입속에 넣었다. 조선족이 담근 김치라 그런지 맛이 좋았다.

    “음 아주 좋은데.”

    김진호는 손을 씻었다. 등려화가 라면을 끓였다. 등려화가 라면을 좋아하는 것은 이준경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준경이 그녀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등려화가 식탁을 차렸다. 김진호는 그녀와 함께 라면을 맛있게 먹었다.

    “저녁에 우리 데이트해요.”

    “비 오는데?”

    창문에는 빗물이 줄지어 흘러내리고 있었다.

    “비 오니까 좋잖아요.”

    “알았어.”

    등려화는 비를 좋아했고 어둠이 내리자 함께 시내에 나가서 커피를 마시고 영화구경을 했다.

    등려화는 시내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커피를 마시고 맥주와 켄터키치킨을 먹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등려화는 도시의 노마드구나.’

    도시에서 떠도는 사람들이 많았다. 김진호도 20대 초반의 나이였을 때 항상 신촌이나 명동에서 돌아다녔다. 만날 사람이 없을 때도 그곳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친구들을 불러내어 술을 마셨다. 신문사에 취직을 하지 않았다면 김진호는 여전히 신촌이나 명동을 떠나지 못했을 것이다.

    김진호는 영화를 보고 젊은 사람들이 많은 카페에서 맥주를 마셨다. 밖에는 비가 흩날리고 있었다. 방송국 특파원인 김기홍으로부터 전화가 온 것은 10시가 가까웠을 때였다.

    “선배, 웬일입니까?”

    “특파원 그만두고 얼굴 한 번 못 봤잖아? 모임에 나와.”

    “글쎄요.”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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