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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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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87) 제22화 거상의 나라 47

“춘절은 어떻게 보냅니까?”

  • 기사입력 : 2018-03-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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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려화는 첨밀밀을 부른 중국 여자가수 등려군과 이름이 비슷했다. 등려군은 42세에 죽어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내가 하는 의류사업에 등려화씨가 참여하면 좋겠어요.”

    “어떻게 대우해 주실 건데요?”

    “당장은 1만 위안 정도 월급을 지급하고 차후에는 임원으로 승진할 수도 있어요. 그 후의 일은 천천히 논의해야죠.”

    “아직 회사도 안 만들어졌잖아요?”

    “지금 북경사무소를 개설하려고 그래요.”

    등려화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김진호는 고량주를 한 모금 마셨다. 음식점 벽이 붉은 색이기 때문일까. 그녀의 얼굴이 홍조를 띠고 있는 것 같았다.

    “조건이 있어요. 아니 부탁이라고 해도 좋아요.”

    “무슨 부탁인데요?”

    “나를 한국에 데리고 갈 수 있어요? 저 혼자라도 가고 싶지만 나는 한국 말을 잘 못해요.”

    “왜요?”

    “이준경씨 무덤에 가보고 싶어요.”

    등려화의 말에 김진호는 가슴이 저렸다. 등려화는 이준경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것 같았다.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 선배는 파주의 추모공원에 묻혔어요. 장례식 때 참석해서 알아요. 서울에 갈 때 같이 갑시다. 나는 이제 서울에 자주 가게 될 겁니다.”

    “고마워요.”

    등려화가 눈시울에 젖어 술잔을 비웠다. 김진호는 그녀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춘절은 어떻게 보냅니까?”

    “저는 북경에서 보낼 거예요.”

    “혹시 돈 때문에… 우리는 어쩌면 친구니까 솔직해도 돼요. 누구나 어려울 때가 있잖아요?”

    “솔직하게 좀 궁색하기는 해요.”

    등려화가 엷게 웃었다. 김진호는 그녀가 필요한 돈을 물어 미리 지급했다. 돈을 받으면서 등려화가 입술을 깨물었다. 등려화도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김진호는 등려화와 악수를 나누고 헤어졌다.

    이튿날 김진호는 다시 사무소에 나가서 정리했다. 오후에는 대학가에 가서 가게를 계약했다. 서울에 전화를 하여 직원들을 모두 북경으로 불렀다. 북경사무소에서 지내게 하면서 중국시장에 대해 살펴보게 할 작정이었다. 서울의 직원들은 비행기 티켓을 구하지 못해 사흘이 지나서야 온다고 했다.

    “신랑, 다음에는 같이 가요.”

    다음 날 아침 산사가 춘절을 지내기 위해 고향으로 떠나면서 말했다.

    “운전 조심하도록 해. 꼭 휴게소에서 쉬고.”

    “걱정하지 말아요.”

    산사는 가방이 무거워서 김진호의 차를 직접 운전하여 떠났다. 김진호는 북경사무소에 나가서 정리하고 가구와 집기를 마련했다.

    ‘이제 날이 풀리기 시작하는 건가?’

    김진호는 한파가 누그러져 빗발이 날리는 것을 보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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