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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86) 제22화 거상의 나라 46

‘등려화도 좋은 팔자는 아니군’

  • 기사입력 : 2018-02-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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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는 비로소 잠을 잘 수 있었다. 아침은 빵과 토스트로 했다.

    산사는 고향이 무이산이다. 춘절을 지내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갈 준비를 했다. 그녀의 고향까지는 차로 가도 왕복 나흘이 걸린다. 가는 데만 이틀을 꼬박 달려가야 하는데 차들이 밀리기 때문에 일찍 준비를 해야 한다.

    산사가 고향에 갈 준비를 하는 동안 김진호는 북경사무소 자리를 알아보았다. 하루 종일 사무소 자리를 물색한 뒤에 집에서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서 허름한 2층집을 하나 찾을 수 있었다. 산사를 데리고 가서 임대계약을 했다.

    북경의 변두리라 집은 허름했으나 마당도 있고 나무도 있었다. 보증금 5만 위안에 월 임대료 3000위안짜리였다.

    산사와 함께 비어 있는 집을 청소하고 있는데 등려화에게서 전화가 왔다. 등려화는 한국방송국 특파원인 이준경의 현지처 생활을 하다가 헤어졌다. 이준경이 선배기자였기 때문에 몇 번 어울려 술을 마신 일이 있었다. 방송국 특파원은 신문사 특파원보다 대우가 훨씬 좋았다. 북경에서 여자를 두고 여유 있게 살았다.

    ‘등려화도 좋은 팔자는 아니군.’

    이준경과 헤어졌을 때 김진호는 등려화가 안타까웠다. 그녀에게 술을 사주고 위로했다. 몇 번 그렇게 만났으나 다시 만나지 않게 되었다.

    등려화를 다시 만난 것은 그녀와 헤어진 이준경이 한국에서 교통사고로 죽었을 때였다. 어떻게 그 소식을 들었는지 등려화는 김진호를 찾아와 하염없이 울었다.

    ‘무얼 하면서 지내는지 모르겠구나.’

    김진호는 등려화를 만나러 갔다. 등려화는 천안문 근처의 음식점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지냈어요?”

    등려화와 악수를 나누고 행색을 살폈다. 등려화는 옷차림이나 혈색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많이 방황했어요.”

    “미안해요.”

    “진호씨가 미안할 일은 없어요.”

    김진호는 음식과 술을 주문하여 그녀와 함께 했다. 그녀는 북경에서 대학을 졸업했고 은행에 근무하다가 이준경을 만나면서 인생이 꼬였다. 두 사람은 빠르게 사랑에 빠져 들었는데 한국 드라마 때문에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좋았을 때였다.

    “직장에 다녀요?”

    “다니다가 두 달 전에 그만뒀어요. 조그만 가게라도 하나 하려고 하는데.”

    등려화가 한숨을 내쉬었다. 자금이 없다는 뜻이다.

    “무슨 가게요?”

    “커피숍 같은 것을 해보고 싶어요.”

    “나는 옷가게 사업을 해보려고 그래요.”

    “신문사는 그만뒀어요?”

    “예. 몇 달 되었어요.”

    김진호는 의류사업에 대해서 자세하게 이야기를 했다.

    “나도 그 회사에서 일을 하면 좋겠다.”

    등려화가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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