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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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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83) 제22화 거상의 나라 43

“오래 기다렸어?”

  • 기사입력 : 2018-02-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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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가 눈을 뜬 것은 날이 완전히 밝았을 때였다. 중국인들이 가방을 챙기면서 어수선하게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김진호는 가방을 정리하여 선실을 나왔다. 배는 이미 천진항에 입항해 있었다. 천진항은 여객선뿐이 아니라 화물선까지 요동지방을 오가는 많은 배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뱃고동 소리가 크게 들렸다.

    끼룩끼룩.

    날씨가 추운데도 갈매기들이 부둣가를 날고 있었다.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원심매가 환하게 웃으면서 선실에서 나왔다.

    “북경에 올 일이 있으면 전화해요.”

    원심매의 손을 잡고 말했다.

    “네. 꼭 전화할게요.”

    입국 수속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래도 수속을 마치는 데 30분이나 기다려야 했다.

    “또 만나요.”

    터미널 대합실에서 원심매와 헤어졌다. 내국인과 외국인 입국 게이트가 달랐다. 그녀가 멀어지는 것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았다. 김진호는 원심매가 보이지 않자 수속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여객선 터미널 주차장에는 산사가 차를 가지고 와 있었다.

    “진호씨.”

    주차장으로 가자 산사가 손을 흔들었다. 산사는 두꺼운 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산사.”

    김진호는 산사를 포옹했다.

    “오래 기다렸어?”

    “한 시간이요. 날씨가 너무 추워요.”

    산사가 발을 동동 굴렀다.

    “집에서 일찍 나왔겠네.”

    “새벽에 나왔어요.”

    “고생했어.”

    산사를 안고 키스했다. 산사가 더욱 예뻐진 기분이었다. 가방을 트렁크에 싣고 차에 탔다. 차는 히터를 틀어 따뜻했다. 김진호가 핸들을 잡고, 산사가 보온병에 챙겨 가지고 온 차를 따라주었다.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여객선 터미널을 나와 북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북경은 한국보다 더욱 춥다고 했다. 산사는 김진호가 없을 때 북경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했다. 특별한 일은 없었으나 산사는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가 북경에 없는 동안 무엇을 했는지 자세한 이야기를 했다.

    “산사는 며칠 동안 안 봤는데 더 예뻐졌네.”

    “정말?”

    “혹시 나 몰래 바람피운 거 아니야?”

    “난 자기만 사랑해요.”

    산사가 웃으면서 주먹으로 때리는 시늉을 했다. 북경을 향해 한 시간 정도 달리다가 휴게소로 들어갔다. 중국의 휴게소에서도 음식을 팔고 있었다. 산사도 아침을 먹지 않아 배고파하고 있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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