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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행복의 조건- 이상규(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18-02-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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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을 통해 즐겨 보는 프로그램이 몇 개 있다. 그중 하나가 테드(TED) 강연이다.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는 미국의 비영리 재단으로 ‘널리 퍼져야 할 아이디어’(Ideas worth spreading)를 모토로 기술, 교육, 정치, 사회, 예술 등 다양한 주제로 강연회를 개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라는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다. 테드 강연 중 가장 인상 깊게 본 강연이 ‘하버드 대학 75년간 연구 결과: 행복해지는 방법’이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사는 동안 무엇이 우리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까. 하버드 대학교 성인발달연구팀은 역대 최장 기간인 75년 동안 724명의 남성 인생을 추적해 왔다. 해마다 그들의 직업과 가정생활, 건강 상태에 관해 설문했다.

    연구팀은 지난 1938년부터 두 개의 집단을 추적해 왔다. 첫 번째 집단은 하버드 대학 2학년 학생이었다. 두 번째 집단은 보스턴의 가장 가난한 지역에서 태어난 소년들이었다. 이들은 모두가 면접을 봤고, 의료검진을 받았다. 연구팀은 그들의 부모를 인터뷰하기도 했다. 이 소년들은 자라서 공장 인부, 변호사, 벽돌공, 의사가 되었다.

    이 수만 페이지에 달하는 인생 데이터를 통해 연구팀은 무엇을 배웠을까. 75년간의 연구에서 얻은 가장 분명한 메시지는 ‘좋은 관계’가 사람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관계에 관한 세 가지 교훈을 얻었다. 첫째는 사회적 연결은 유익한 반면 고독은 해롭다. 가족, 친구, 공동체와의 사회적 연결이 더 긴밀할수록 더 행복하고, 신체적으로도 건강하며, 더 오래 산다. 고독은 매우 유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독한 사람은 중년기에 건강이 더 빨리 악화되고, 뇌 기능이 일찍 저하되며, 외롭지 않은 사람들보다 수명이 짧다.(이런 측면에서 볼 때 필자가 즐겨 보는 ‘나는 자연인이다’의 주인공은 가능하면 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두 번째 교훈은 친구 또는 공인된 관계의 숫자보다는 관계의 질이 중요하다. 갈등 속에 사는 것은 몸에 나쁘다. 애정 없이 갈등만 잦은 결혼은 어쩌면 이혼보다도 더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중년기의 콜레스테롤 수치는 노년의 인생과 관계가 없다. 50세에 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사람들이 80세에 건강했다.

    세 번째 교훈은 좋은 관계는 우리의 몸뿐만 아니라 뇌도 보호해 준다는 것이다. 애착으로 연결된 관계를 가진 80대는 그렇지 않은 80대보다 더 건강하며, 기억력이 더 선명하고 오래 간다.”

    우리의 경우 인간관계가 치밀한 그물망으로 얽혀 있다. 우리는 단순히 ‘나’가 아니며 누구의 아들(아버지)이며, 누구의 남편(아내)이며, 어디 고향 출신이며, 누구의 동창이며, 어느 회사 직원으로 겹겹이 묶여 있다.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망은 너무도 촘촘히 짜여 있지만 나라별로 조사하는 국민의 행복지수는 높게 나타나지 않는다.

    인구밀도가 높고 사람들 간 관계가 어느 곳보다 복잡한 우리나라에 하버드 대학의 연구 결과가 그대로 적용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관계의 내용이 중요하다는 지적에는 일리가 있어 보인다. 지금부터라도 계모임, 동창회, 동호회, 회식을 더 자주 하는 것보다 ‘좋은 관계’ 맺기에 더 고민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이상규(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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