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8월 19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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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하라더니…” 현지인 농간에 우는 외지인

지역 건축업자 약속 이행 않고… 사기·횡령·건축법 위반 등 피해
현지인 길 막거나 공사 거부·방해 등 납득 어려운 지역 텃세도 심각

  • 기사입력 : 2018-02-0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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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구절벽’에 놓인 시·군 지자체들이 인구 유입책으로 귀농·귀촌을 적극 장려하고 있지만, 정작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외지인들은 지역 건축업자들의 농간과 현지인의 텃세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함양군으로 귀촌을 결심한 A(53)씨. A씨는 지난해 지인의 소개로 지역 건축업자인 B씨를 알게 됐다. A씨는 5년 이후 거주할 요량으로 집을 천천히 지으려 했지만, 138㎡ 규모의 집을 2개월 안에 짓고 인테리어 등을 포함해 1억2000만원에 맞춰주겠다는 B씨의 말을 듣고 은행 대출까지 받아 그해 8월 5000만원을 우선 건넸다. 그러나 착공한 지 2개월이 지난 11월이 되어도 공사는 끝날 기미가 없었고, 공사가 더딘 이유를 묻자 ‘중국에서 자재가 안 들어왔다’라는 등의 말을 하며 돈을 추가로 요구했고, 이에 A씨는 지난해 말까지 4500만원을 더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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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픽사베이/


    A씨는 “주위에 수소문한 결과 인부 임금 1500만원, 설계비 250만원, 자재비 등 모두 6000만원이 공사에 쓰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B씨를 사기, 횡령, 건축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 6일 경찰에 고소했다”고 말했다.

    A씨는 “눈 뜨고도 코 베어갈 곳이라 여겨져 나와 함께 정착하려 했던 친구 5명에게는 절대 오지 말라고 말리고 있다”며 혀를 찼다.

    현지인의 텃세도 귀농·귀촌인을 몸서리치게 하고 있다. 이는 도내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많이 일어나는 것이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창원의 D씨는 몇해 전 제주도에 펜션을 짓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대며 계속 찾아와 공사를 방해하는 바람에 한동안 마음고생을 했다. D씨는 마을 이장을 찾아가 원하는 것을 들어준 뒤에야 원만히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7일 회원수가 21만여명에 달하는 한 귀농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전원생활을 꿈꾸고 시골에 집을 지으려다 건축업자에 속거나 현지인들의 텃세 때문에 금전적 손해를 본 이들의 이야기가 수십 건 올라 있다.

    경남건축사회에 따르면 외지인이 전원주택을 지을 때 텃세를 부려 마을 이장이나 유지를 통해 소개받은 건축업자를 통해서만 공사를 하게 하고, 이를 거부하면 공사 장비가 들어가야 할 길을 막는 사례들이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

    강동민 경남건축사회 법제제도개선위원장은 “출향인이야 사정이 좀 나은 편이지만 그렇지 않을 땐 법이 안 통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건축주가 건물 설계시부터 완공 때까지 공정을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며 “전입하는 귀농·귀촌인이 주택을 지을 때 지자체가 직접 건설업체를 지정하고 보조금을 지원하는 형태로 공공성을 강화해 피해를 막는 ‘준공영’ 시스템도 고민해볼 시점이다”고 조언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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