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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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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그 식당 - 함민복

  • 기사입력 : 2018-02-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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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움이 나를 끌고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그대가 일하는 전부를 보려고 구석에 앉았을 때

    어디론지 떠나가는 기적소리 들려오고

    내가 들어온 것도 모르는 채 푸른 호수 끌어

    정수기에 물 담는 데 열중인 그대

    그대 그림자가 지나간 땅마저 사랑한다고

    술 취한 고백을 하던 그날 밤처럼

    그냥 웃으면서 밥을 놓고 분주히 뒤돌아서는 그대

    아침, 뒤주에서 쌀 한바가지 퍼 나오시던

    어머니처럼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마치 밥 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습니다

    나는 마치 밥 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고 나옵니다

    ☞ 함민복 시인의 시에는 읽는 이의 가슴을 훑어내는 진한 감동이 있다. 특히 이 세상 사람들의 속가슴을 뒤져서 사랑만을 채굴하여 펼쳐놓은 듯 진정성 넘치는 사랑 시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지극히 사소하고 평범한 몸짓들이 아름답고 존귀한 사랑의 아이콘으로 몸을 바꾼다. 가령 이 시의 ‘내가 들어온 것도 모르는 채 푸른 호수 끌어/ 정수기에 물 담는 데 열중인 그대/그대 그림자가 지나간 땅마저 사랑한다’는 절절한 사랑고백이나 그 고백을 받고도 ‘그냥 웃으면서 밥을 놓고 분주히 뒤돌아서는 그대/ 아침, 뒤주에서 쌀 한바가지 퍼 나오시던/어머니처럼 아름답다고’ 표현함으로써 짝사랑의 대상인 그대를 어머니와 동일시해 놓는다. 그리하여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어머니 같은 그대가 차려주는 더운밥을 ‘나는 마치 밥 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어도 초라하지도 슬프지도 않을 수 있으니 어느 누가 이 시인의 시를 좋아하지 않을 것인가!. 조은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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