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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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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소비 트랜드도 ‘소확행’

요즘 소비자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산다
가격 대비 만족 주는 ‘가심비’ 지향
유통계, 완구 등 소확행 마케팅도

  • 기사입력 : 2018-01-23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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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남기영(31·진주시 평거동)씨는 3개월째 발레학원을 다니고 있다. 등록비가 비싸지만 어릴 때부터 하고 싶었던 운동을 시작해 수업할 때마다 행복을 느낀다.

    # 이로원(32·창원시 마산합포구 장군동)씨는 인근으로 카페투어를 떠나 아내와 함께 조용하게 책을 읽거나 맛있는 디저트를 먹는 기쁨이 크다.

    # 정용인(29·창원시 성산구 토월동)씨는 교외의 산장카페에서 좋은 커피를 마시며 휴식하는 것을 즐겨 종종 여행을 떠난다. 해외를 다녀온 여행사진첩을 뒤적이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 그는 올해도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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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의창구 중동 도예 공방인 스튜디오 블라우에서 수강생들이 화병을 만들고 있다./김승권 기자/



    2018년 소비트렌드로 ‘소확행(小確幸)’이 주목받고 있다. 소확행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로 일본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 수필집에서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등 일상에서의 작지만 진정한 행복을 일컬었던 데서 비롯됐다.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소비트렌드를 전망한 책 ‘트렌드코리아2018’에서 소확행을 올해 10대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그는 출간 인터뷰에서 행복담론이 미시화되고 있다면서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옅어진 시대가 됐다”며 “그렇다고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포기하지는 않기 때문에 작은 행복과 작은 희망을 찾아가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일과 자신의 여가와 생활의 균형을 맞춘다는 ‘워라밸(Work-life-balance)’을 중시하고, 지난해 가격대비 성능을 추구했던 소비자들은 가성비를 넘어서 가격대비 마음에 만족을 주는 ‘가심비’, ‘플라시보 소비’를 지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여행트렌드에서도 ‘소확행’이 반영되고 있다.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가 20~50대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올 한 해 여행 계획 조사에서는 한 곳에만 머무르며 현지 분위기를 가득 느끼는 모노 데스티네이션(Mono Destination) 여행과 복잡한 도심을 피해 아늑한 소도시 여행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행객들은 유명 관광지·도심 속 랜드마크(42.8%) 방문보다 동네 산책이나 카페 투어 등 소소한 일상 속 여행(52.2%)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에서는 키덜트 완구와 수입산 고급 디저트 등 소비자들의 소확행 만족을 위한 아이템들을 소개하는 데 나섰다.

    도내에서는 드로잉, 꽃꽂이, 도예 등 다양한 공방들의 원데이 클래스(일일 수업)나 정규 수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창원 중동에 있는 도예공방을 찾은 이정연(22)씨는 6주째 이곳을 찾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제과제빵을 전공하고 있는데 도예도 과정이 비슷하기도 해 재미있다”며 "오면 3~4시간 있다 가는데 차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조용히 집중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진주에는 지난 7월 개장한 카페 ‘소확행’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트렌드 발표 전 예견이나 한 듯 카페 이름에 소확행이 담기면서다.

    천수지(31·진주시 충무공동) 대표는 “하루키 작가의 팬이라 1990년대 초반에 나온 수필집에서 본 단어가 마음에 남았고, 커피와 찻자리를 좋아하는 것이 개인적 소확행이어서 지었다”며 “2018트렌드 키워드가 될 줄은 몰랐다. 그저 손님들도 이 공간을 찾는 것이 소확행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고, 다들 개인의 소확행을 꾸려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소확행과 같은 소비패턴이 삶의 피로와 경제전망의 어두움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상대학교 심리학과 부수현 교수는 “앞으로의 전망이 어둡다 보니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며 ‘불확실한 큰 가치’를 획득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소모적임을 깨닫고, 경제적 상황이 ‘소소한’ 것밖에 즐길 수 없게 된 암울한 시대를 반영한 소확행 소비트렌드다”면서도 “힘든 상황에서 막연한 부를 좇기보다 자신을 중심으로 작은 만족을 찾아나가는 소비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현명한 소비패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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