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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넛지- 서영훈 부국장대우 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18-01-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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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넛지효과를 설명할 때 소개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네덜란드 스키폴국제공항 내 남자화장실에 붙은 파리 스티커다. 소변기 밖으로 튀어나오는 오줌방울로 인해 화장실이 매우 지저분했지만, 소변기 안에 파리 스티커를 붙여놨더니 소변기 밖으로 튀는 오줌의 양이 80%가량 줄면서 화장실이 깨끗하게 바뀌었다고 한다. 화장실 이용자들이 화장실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신중하게’ 볼일을 본 결과인지, 재미 삼아 파리를 겨낭하다 보니 일어난 부수효과인지는 모를 일이다.

    ▼화장실을 지저분하게 이용하는 사람의 입장을 제한하거나 깨끗하게 이용하는 사람에게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등의 ‘금지’나 ‘인센티브’ 없이, 단지 파리 한 마리를 소변기에 그린 결과는 실로 놀랍다. ‘한 발짝 더 앞으로 다가오세요’라는 사무적인 말보다, 그저 팔꿈치로 옆구리를 슬쩍 찌르거나 주의를 환기시키는 정도의 ‘넛지’가 시민들이 똑똑한 선택을 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처럼 ‘부드럽지만 금지나 인센티브 없이 세상을 바꾸는 힘’인 넛지효과는 곳곳에서 나타난다. 브라질 상파울루는 미국의 한 스포츠 브랜드와 함께 길거리 쓰레기통 위에 농구 골대 백보드를 설치해 쓰레기 무단투기를 크게 줄였다. 서울시를 비롯, 수도권 다수 자치단체는 지역 기업 등과 협력해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면 한 사람당 10원이 기부금으로 적립되는 이른바 기부계단을 만들어 계단 이용률을 크게 높이고 있다.

    ▼해가 바뀌자마자 정부는 공중화장실의 위생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휴지통 없애기에 나섰다. 휴지통에 익숙한 사람들은 화장지를 변기가 아닌 바닥에 버리는가 하면, 일부 시민은 화장지 외의 것을 변기에 버리는 바람에 변기가 막히기도 한다. 정부는 이 제도가 안착할 때까지 3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본다고 하니, 화장지를 변기에 버리고, 화장지 외의 것은 되가져 가는 것이 참으로 힘든 모양이다.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깨끗하게 만드는 ‘넛지’는 무엇이 있을까.

    서영훈 부국장대우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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