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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19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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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여고 학생들, 이불 만들어 위안부할머니 선물

위안부 할머니 덮어드린 ‘따뜻한 한 땀 한 땀’
진해여고 학생 500여명 지난 한 해…매일 자율학습시간 15분씩 바느질
이불 5채 만들어 할머니들에 전달

  • 기사입력 : 2018-01-1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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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머니, 저희 이불 만들어서 갖고 왔어요. 예쁘죠? 따뜻하게 덮으세요.”

    진해여고 학생들이 17일 마산우리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김양주(93) 할머니를 찾아 500여 전교생이 한 땀씩 바느질하여 만든 이불을 선물했다. 강보경(18), 강문정(18), 이민정(17), 진가희(17) 학생과 김정현 교사는 차례로 김 할머니의 오른손을 감싸쥔 채 귓가에 안부 인사를 건네며 병원 이불 대신 온기 가득한 새 이불을 덮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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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해여고 학생들이 17일 오전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한 병원에서 요양 중인 김양주(93)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게 이불을 전달한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김양주 할머니는 취업시켜 주겠다는 말에 속아 일제에 끌려가 중국 대련 등에서 위안소 생활을 하고 일본 패망 뒤 연합군 포로로 귀환했다. 고향에 돌아와서도 모진 시간을 감내하며 살아온 할머니. 85세였던 지난 2009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경남도의회 결의안 채택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장에서는 “일본이 사죄만 하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뇌졸중 등이 발병해 몸의 왼편은 굳어 움직일 수 없는 상태지만, 다행히 차츰 기력을 회복하고 있다.

    진해여고 학생들은 도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돈보다 더 값진 정성이 들어간 선물을 전하기 위해 매일 아침 자율학습시간에 15분씩 볼펜 대신 반짇고리를 들고 한 사람당 20㎝×20㎝ 크기로 수를 놓았다. 김도영 교장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바느질은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이어졌고, 자수 500여개를 이어 붙여 5채의 이불이 만들어졌다.

    이날 김양주 할머니와 통영에 있는 김복득(101) 할머니에게 전달된 이불 4채엔 희망을 상징하는 노란 나비와 각양각색의 꽃, 학생들의 이름이 촘촘하게 새겨져 있다. 나머지 이불 한 채를 판매해 얻은 수익금 20만원은 최근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에 기부했다. 이날 동행한 이경희 시민모임 대표와 수양아들인 홍종수 (72)씨는 “수백명 학생들의 귀한 정성을 수놓은 이불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김양주 할머니를 뒤로하고 취재진이 빠져나갈 무렵인 오전 11시께 병실은 일순 울음바다로 변했다. 강문정 학생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 채 누워 계신 할머니를 보고 마음이 아파 울음을 참고 있었는데, 꼭 쥔 제 손을 놓지 않으려고 하셔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크게 수놓인 새하얀 목화솜이불을 다시 할머니에게 덮어드리고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온기가 전해졌을까. 할머니는 평소보다 더 크게 눈을 뜨며 이들을 배웅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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