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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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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신과 함께- 죄와 벌'- 이기영(시인)

  • 기사입력 : 2018-01-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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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새해 연휴기간에 필자는 ‘신과 함께 - 죄와 벌’이라는 영화를 관람했다. 워낙 이슈가 된 영화이기도 했지만 주호민 작가의 인기 웹툰 ‘신과 함께’를 애독하고 있는 독자로서 동명영화인 이 영화가 작품을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 영화가 1100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면서 무서운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한국식 지옥, 즉 죽음 이후의 세계관을 통해 현재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데 있지 않나 싶다.

    우리는 죽음 이후가 어떠한지를 전혀 알지 못한다. 임사체험을 경험한 사람들도 더러 있다고 하지만 그건 완전한 죽음을 체험한 것은 아니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지옥과 같은 형태의 죄와 벌에 대한 징벌적 상황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는 경고인 셈이다. 그리고 매순간 최선을 다해 살면 사후에 복을 받아 편안한 삶을 누리게 된다는 식의 설정은 이제껏 살아온 삶을 반성하게 하고 남은 시간을 좀 더 열정적으로 살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분명 있을 것이다.

    현대는 타인의 삶에 개입하지 않고 혼자만의 삶을 즐기는 욜로라이프 스타일이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웃이 어떤 처지에 처하게 되는지 전혀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관심조차 없고 그렇게 혼자 살다 고독사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흉악범죄는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방향을 상실한 채 정신없이 급류에 휩쓸려가고 있는 현대인의 메마른 삶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신과 함께 - 죄와 벌’ 영화를 보면서 7가지 죄에 대한 심판, 즉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이 일곱 가지는 한 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저지르게 되는 것들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잘못을 저지른다. 그리고 그중 일부만이 용기를 내어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또 그중 극소수가 진심으로 용서를 한다. 이승에서 진심어린 용서를 받은 자를 저승에서는 다시 심판하지 않는다’라는 옥황상제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그 잘못을 모르거나 진심어린 용서를 구하지 않는 마음이야말로 타인에게 지옥을 안겨주는 일이라는 걸 사람들은 모른다. ‘신과 함께 - 죄와 벌’ 영화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짓게 된 죄, 또는 알면서도 짓게 된 죄에 대한 것까지 사후세계는 그 몇십 배에 해당하는 벌로 묻는다는 것을 일깨운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적용하여 죄와 벌 총량 보존의 법칙에 대해 조금이나마 두려움을 갖게 된다면 오늘 이후의 삶은 달라질까.

    요즘 일본에서는 장례문화가 바뀌어 가고 있다고 한다. 일명 ‘셀프 장례’라고 하는데, 고령화된 일본에서는 혼자 살다 고독사하는 일들이 많아지자 자신의 장례를 본인이 살아있을 때 직접 치르는 것이다. 가까운 친척이나 가족, 지인을 초대해 자신의 모든 장례절차를 진행하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형식이다. 이렇게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면서 자신에게 남아있는 마지막을 스스로 정리할 때 얼마나 많은 후회와 두려움이 교차할 것인가.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용서를 받는다면 얼마나 다행인가.

    이제 시작된 새해에는 부디 선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기를….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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