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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릴린과 두 남자 - 6·25전쟁 속 두 남녀의 엇갈린 운명

  • 기사입력 : 2018-01-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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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릴린과 두 남자>는 냉전의 최절정기에 사랑하는 두 남녀가 각자 자기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계기로 철저히 파괴되는 운명을 맞이하는 것을 주요 갈등으로 그리고 있다.

    사랑과 배신, 질투와 이해가 등장인물들이 겪는 운명의 씨줄이라면, 6·25전쟁을 바라보는 양심에 관한 문제는 날줄 구조를 이루며 이야기가 짜여 있다. 또한 작품은 등장인물 하워드 워드의 회고에 힘입어 독자들을 과거의 전장 속으로 인도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전자가 남녀 관계에서 벌어지는 운명의 불가해성을 보여준다면, 후자는 한반도의 이념 갈등을 심화시킨 6·25전쟁과 관련돼 개인의 삶이 어떻게 폭발적 충돌을 맞이하는지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6·25전쟁을 바라보는 기존 관점과는 완벽히 다른 폭넓은 인식의 조망권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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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은 세부 묘사와 디테일이 무엇보다 두드러진다. 어떻게 이런 배경 묘사가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2차 대전 때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부터 1950년대의 한국, 미국, 일본의 시대 상황과 분위기를 영화 세트장을 그대로 옮겨다 놓듯 포착해 내고 있다. 마치 1940~50년대 유럽과 미국, 일본, 한국의 상황을 실사(實寫) 사진을 보는 듯하다. 생생한 사실 묘사는 독자들로 하여금 1945년 2차 대전 종전 무렵 뉴욕 브로드웨이 거리를 거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킬 정도다. 1945년에 각광받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간판이 어느 결에 눈앞에 쓱 나타난다. 또 6·25전쟁 시 한국의 각 전선과 일본 도쿄의 풍경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것 같은 환시(幻視)를 불러일으킨다. 그만큼 사실적이다.

    또한 작품의 갈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써 각 사건의 연대기적 인접성을 짚어내면서 작가는 세계사적 광란이 지배한 극단의 이념 시대의 산물로써 6·25전쟁이 어디서 기원했는지 예리한 시각으로 추적해 내고 있다. 이념과 갈등의 시대를 산 등장인물들의 고뇌가 시대적 배경과 함께 고스란히 중첩되는 것이다. 이 점만으로도 이 소설이 처음부터 만만치 않은 역사적 숙고와 질문 속에서 나온 것을 알 수 있다.

    전경일 지음, 다빈치북스 펴냄, 1만5000원.

    양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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