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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스포츠 전지훈련팀 유치의 명암- 김재익(남해하동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8-01-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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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인지 국내 스포츠계는 전지훈련이라는 개념이 일반화됐다. 인기종목이라는 축구, 야구, 농구, 배구는 물론이고 일반적으로 비인기종목으로 분류되는 거의 모든 종목까지 동계 또는 하계 전지훈련이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한 필수과정처럼 정착됐다. 동계 전지훈련의 경우 따뜻한 경남이나 전남, 제주 등에 팀들의 발길이 이어지지만 일부 팀들은 해외를 훈련지로 선택하기도 한다.

    전지훈련은 비용을 선수의 부모들이 오롯이 부담하고 있다. 한 차례 전지훈련 가는 비용이 만만찮다. 지난해 초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으로 동계 전지훈련을 다녀온 국내 한 고등학교 야구부의 전지훈련 비용은 당시 화제가 됐다. 코칭 스태프를 포함한 선수단 46명의 50일간 전지훈련은 항공 및 체류, 훈련비용으로 2억2000만원이 소요됐다. 돈 없으면 운동도 못 시킨다. 운동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다.

    국내 전지훈련이라고 해서 비용이 저렴한 것도 아니다. 겨울 동안 전지훈련과 프리시즌 지방대회 참가를 하면 수천만원이 필요하다. 이를 역설적으로 이해하면 전지훈련팀을 유치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이득이 많다는 말과도 같다. 전지훈련팀이 많을수록 그 지역에는 먹고 자는 데 돈이 많이 풀리게 된다. 관광객도 비수기인 겨울철에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는 이만한 효자도 없다.

    지자체들은 전지훈련 시즌이 시작될 때쯤이면 팀 유치에 총력을 기울인다. 특별유치기간으로 설정하고 각종 홍보방법을 동원해 유치활동을 전개한다. 지자체 관계자 등이 유치팀을 구성해 전국의 운동부를 직접 방문하는 순회 유치활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전지훈련을 유치하려는 지자체들이 많다 보니 경쟁도 과열 분위기다.

    과열경쟁은 부조리를 양산하거나 부적절한 예산 집행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전지훈련팀 유치도 돈과의 싸움처럼 되어 간다. 팀 유치를 하면서 그 팀에 돈을 지원한다. 명목은 선수들이 훈련 기간 동안 식사를 하는 등 선수들을 위해 사용하라는 것이다. 일부 감독은 “그쪽으로 가면 얼마를 지원해주느냐”며 구체적으로 질문한다. 다른 지역과 비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돈이 대부분 지도자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며 선수들을 위한 경비로 쓰이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이러한 경비는 결국 ‘뒷돈’에 해당되는 부조리한 것이며 나아가 체육계 비리로 비쳐질 수도 있다.

    유치비용인 뒷돈을 지자체가 직접 주지는 않는다. 각 종목별 경기단체가 팀을 유치하고 지원금을 지급한다. 재정이 넉넉지 않은 경기단체들이 지원금을 자체적으로 줄 능력은 없으며 지자체의 예산이 동원된다. 경기단체는 전지훈련 오는 팀들을 모아 스토브리그라는 이름으로 대회를 개최하고, 여기에 드는 대회경비를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으로 받는다. 이 보조금이 유치경비로 쓰여진다. 이는 보조금의 전용이며 부적절한 예산 집행인 것이다.

    전지훈련은 체육발전과 지역발전 등 상호 긍정적 측면이 많은 행사이다. 그러나 여기에 부정한 돈이 끼어든다면 장기적으로 상호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지원금은 근시안적인 얄팍한 수단일 뿐이다. 그보다 지자체는 체육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지역 상인회는 이에 발맞춰 선수들에게 좋은 식사와 편안한 휴식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전지훈련 유치는 진정성 있는 노력이 최선의 방법이다.

    김재익 (남해하동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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