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봄은 언제나 골고루 오는 듯했지만, 볕이 제대로 들지 않는 곳도 많았습니다. 지하철 1호선 종점에 있는 오래된 낚시집이 그랬고, 김씨 철물점도 그랬습니다. 새로 들어선 웨딩홀 옆 이발소와 복덕방도 곧 점포를 비워야 한답니다. 그래도 우리는 오는 봄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 근처 어디쯤에서 작은 글쓰기학원을 하며 ‘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이 사는 곳에 봄은 어떤 모습으로 오나요. 대단지 고층 아파트도 생기고, 마카롱 디저트가게도 생기고, 커피전문점도 생기나요. 그게 맞는 거지요? 살기 좋은 곳에서는 항상 달콤한 향기가 나야 하니까요. 반듯하게 길이 정비되면 편하기는 해요. 그죠? 당신이 사는 그곳에 봄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제가 사는 이곳은 하루가 다르게 변신 중입니다.
비 오는 날 글방 문을 열어놓고 눈앞에 풍경을 훑다 보면, 시멘트바닥 틈에 낀 ‘봄’이 보입니다. 이름도 모르고 꽃이 피는지도 모르지만 물 머금은 새파란 잎이 눈에 쏙 들지요. 따로 돌봐주는 이 없는데도 재작년 봄에도 왔고 작년 봄에도 왔었어요. 스스로 찾아오는 봄입니다. 볕도 없고 물도 없는 구석진 곳에요. 올봄에도 오겠죠. 저는 그렇게 오는 봄이 더 좋습니다.
글도 삶도 그리 오면 좋겠습니다. 계절의 변화나 시대 흐름과 무관하게 제자리 잊지 않고 찾아오는 그 새파란 잎처럼 말입니다. 자리 타박 없는 그런 순한 마음으로 말입니다. 신춘(新春)은 누구에게나 그렇게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상렬 선생님, 존경하는 글벗님들, ‘안심’에 새봄이 왔습니다. 지금처럼 글 쓰면서 우리 이 ‘봄’ 같이 나누어요. ‘동행’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과도 이 기쁨 함께하고 싶습니다. 김상환씨 힘내요. 끝으로 부족하고 모자란 글 따듯한 시선으로 봐주신 심사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김현숙 씨 약력 △대구 안심수필 회원 △2016년 주변인과 문학 수필부문 대상 △2016년 천강문학상 수필부문 대상 △2017년 건설문학상 수필부문 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