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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1월 22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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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낭만 출렁이는 베네치아

작은 섬으로 이뤄진 베네치아
알록달록한 집 가득한 ‘부라노’
유리공예품 파는 ‘무라노’ 유명

  • 기사입력 : 2017-12-2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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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알토 다리. 베네치아에서 최초로 지어진 석조 다리로 근처엔 식당과 상점이 많다.


    베네치아를 가던 날이 아직도 뚜렷하게 생각난다. 피렌체에서 베네치아로 가는 트랜 이탈리아 기차를 타기 위해 아침부터 부랴부랴 숙소를 나섰다. 겨울에 여행 중이던 나는 가끔 기차나 비행기가 연착되곤 했는데 그날은 심지어 기차가 3시간이나 연착되었다. 겨우 기차에 올라 베네치아로 향했는데 2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임에도 날씨 때문에 움직일 수 없다는 방송과 함께 기차는 계속 멈췄다.

    하지만 터널을 지나고 볼로냐의 설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얀 세상 속으로 기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비록 기차를 기다리는 내내 짜증이 났지만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겨우 베네치아에 도착해서 내리던 순간, 내가 잘못 왔음을 인지했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하천이 범람했다. 당장 장화를 먼저 사고 숙소로 향했다. 캐리어도 물에 3분의 1가량 젖은 상태로 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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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치아 카니발’ 축제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가면을 쓴 사람들.

    나는 사실 베네치아 가면축제 개막식에 맞춰 일정을 짰다. 하지만 폭우로 인해 2주나 미뤄졌다는 사실을 듣고 좌절했다. 베네치아 가면축제의 본명칭은 ‘베네치아 카니발’로 매년 사순절 전날까지 약 10일 동안 개최된다. 보통 그 시기가 2월이 되며 방문객들은 화려한 옷과 가면을 쓰고 거리를 돌아다닌다. 베네치아 관광지 곳곳에선 공연과 불꽃축제, 행렬 등을 볼 수 있다. 나는 축제를 즐기진 못했지만 상점들에 걸려 있는 다양한 가면들을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베네치아 관광지는 크게 본섬, 부라노, 무라노와 같은 작은 섬으로 나눌 수 있다. 본섬에선 산 마르코 광장과 리알토 다리, 탄식의 다리 등을 볼 수 있다. 베네치아는 걸어서 1시간 반이면 끝에서 끝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그만큼 굉장히 작은 도시였다. 나는 기차역 근처에 숙소를 잡았는데 저녁에 기차역에서부터 산 마르코 광장까지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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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에 고인 물에 반사된 산 마르코 광장.

    산 마르코 광장은 저녁, 특히 비가 온 날에 더욱 아름답다. 광장 앞에 고인 물에 반사된 산 마르코 대성당의 모습은 많은 사진작가들에게 사랑받기도 한다. 나도 사진작가가 된 것처럼 사진을 찍어 보았다. 광장에는 박물관, 성당, 두칼레 궁전, 종탑이 모여 있다. 종탑에 올라가 베네치아의 전경을 보는 것을 추천하는데 다른 곳과 달리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어 편히 올라갈 수 있다.

    베네치아는 작은 섬들로 이뤄져 있어서 그곳을 연결하는 다리들을 볼 수 있다. 그중에 가장 유명한 다리는 ‘리알토 다리’다. 베네치아에서 최초로 지어진 석조 다리로 그 근처에 식당과 상점이 많다. 16세기경 지어진 다리로 그 전까진 상점이 몰려있는 한쪽으로 다른 쪽 사람들이 넘어가기 위해선 배를 이용해야 했다. 최초로 대운하를 건널 수 있게 한 것이 바로 이 ‘리알토 다리’였다.

    ‘탄식의 다리’는 베네치아 광장 두칼레 궁전 근처에 있는데, 궁전과 프리지오니 누오베 감옥을 연결한 다리였다. 죄인들이 이곳을 지나며 탄식했다고 해서 ‘탄식의 다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베네치아를 이동할 땐 수상버스인 바포레토나 곤돌라를 이용할 수 있다. 나는 두 다리와 바포레토를 주로 이용했는데 곤돌라는 가격이 비싸지만 한 번쯤 타서 뱃사공의 노래도 듣고 관광객들의 사진첩에 담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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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유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유명한 부라노섬.

    다음으로 나는 외곽 섬으로 부라노와 무라노섬을 갔다. 부라노섬은 아이유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유명하며 알록달록한 상점과 집이 늘어져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무라노섬은 유리 공예품을 파는 것으로 유명하다.

    먼저 부라노로 바포레토를 이용해서 갔는데 약 40분이 걸렸다. 부라노섬은 굉장히 작아서 30분 정도면 모든 곳을 다 볼 수 있다. 알록달록한 주택들을 볼 수 있는데, 멀리 고기를 잡으러 나간 어부들이 자신의 집을 쉽게 찾기 위해 이렇게 알록달록하게 집을 칠했다고 한다. 중심가인 갈루피 광장에는 식당, 레이스 상점을 볼 수 있다. 이곳은 레이스의 생산지로도 유명해 레이스를 구매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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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부들이 자신의 집을 찾기 위해칠한 알록달록한 주택.

    부라노 다음으론 무라노로 향했는데, 바포레토를 이용해 본섬으로 돌아가는 길에 무라노섬이 있기 때문에 부라노-무라노-본섬 순서로 많이 간다. 무라노는 부라노보다도 더욱 작은 섬으로 유리 공예품을 파는 상점을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나는 유공예품인 시계를 하나 구입했다.

    부라노와 무라노의 관광을 끝낸 후 본섬으로 돌아가니 다시 거센 비바람이 시작됐다. 하천은 범람했고 다시 부랴부랴 일회용 장화를 샀다. 장화가 찢어져 차가운 물이 운동화 속을 파고들기도 했다.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거리 상점 쪽에 있었고 나도 몸을 녹이기 위해 근처 상점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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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예뻤던 보라색 집앞에서 찍은 나의 모습.

    그리고 어느 순간 나의 휴대폰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됐다. 분명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주머니 속에 있었던 휴대폰이 잠시 손을 놓은 사이 없어진 것이다. 당황해서 상점 주인에게 CCTV를 보여 달라고 했고 한 남자가 상점 밖에서부터 나를 쫓아와 재빠르게 내 주머니 속 휴대폰을 훔쳐가는 것을 확인했다. 상점 주인은 경찰서로 가서 폴리스 리포트를 받는 것밖엔 할 수 없다고 했다. 그 많은 인파 속에서 범인을 찾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너무나 속상했지만 나는 다음날 큰 경찰서로 가서 사건 경위를 말하고 폴리스 리포트를 작성해왔다. 보험처리로 보험금은 받을 수 있었지만 사진들이 대부분 없어졌다. 특히 베네치아에서의 사진은 모두 없어졌다.

    잠시 만났던 한국인 관광객들과 찍은 사진을 제외하곤 나의 기억 속에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 기차 연착, 폭우로 인한 가면축제 취소, 소매치기까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나쁜 일들은 겹쳐졌다.

    하지만 기차 속에서 보았던 설경과 물로 인해 반사됐던 베네치아 광장의 모습과 소매치기를 당했을 때 도와줬던 사람들까지. 지나고 보니 나쁜 것만 남았던 것은 아니었다. 베네치아 편으로 유럽 여행 편의 막을 내리려고 한다. 그때의 내 눈앞에 펼쳐진 순간은 영원히 기억되므로, 그 추억으로 난 살아간다. 한 장, 한 장, 내 인생이라는 사진첩에 소중히 담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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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tip

    ① 이탈리아는 소매치기가 매우 많으니 목걸이, 팔찌 등 다양한 안전장치로 휴대폰을 사수하는 것이 좋다.

    ② 바포레토를 타고 부라노-무라노-리도-본섬 순서로 여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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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지은

    △ 경상대 국문학과 졸업

    △ 커뮤니티 '여행을 닮은 인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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