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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제3의 인간관계- 조고운 뉴미디어부 기자

  • 기사입력 : 2017-12-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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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에겐 A라는 다정한 친구가 있다. 동갑내기인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아이들의 일상을 공유하고 고민을 나눈다. 밤낮없이 기쁜 일을 축하하고 힘든 일은 격려한다. A는 내 삶에 긍정적인 힘을 주는 친구 중 하나다. 그런데 실은 나는 A를 모른다. A를 실제로 만난 적이 없고, 어쩌면 A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 예상했겠지만 A와 나는 한 SNS 계정으로 소통하는 친구 관계다.

    ▼‘제3의 인간관계’라는 말이 있다. SNS에서 메시지로만 소통하는 관계를 말한다. 쉽게 페친(페이스북 친구), 카친(카카오 친구)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그를 친구라 부르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다. 그는 스스로가 공개한 정보의 단면일 뿐, 실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는 우리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지속적으로 미친다. 새로운 정보를 전하고, 이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또는 삶에 대한 성찰을 주기도 한다. 때때로 그와 ‘진짜 관계’를 맺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그렇지 않다.

    ▼반면 진짜가 ‘제3의 인간관계’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10년째 SNS로만 소통하고 있는 대학동창 B와의 관계가 그렇다. 싸이월드에서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까지, 우리는 연애, 결혼, 출산 등 서로의 대소사를 공유하며 댓글로 안부를 주고받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는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나는 B를 알지만 또 알지 못한다. 가까운 거리에 살면서도 실체적 관계를 맺지 않는 우리는 진짜 친구일까 아닐까.

    ▼새로운 관계는 ‘제3의 대화법’을 창조한다. 주제는 간단한 안부를 묻는 ‘스몰토크’에 한정된다. 과장된 호응과 예의상 친절함이 더해진다. 하루 수십 차례 SNS 알람이 울리지만, 나의 말도 그의 말도 진심인지 아닌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의 다정한 이모티콘 미소는 위안을 주지만, 때로는 가짜일까 아닐까 공포스럽다. 그래서 연말에는 짬을 더 내보기로 한다. 손을 잡아주고 싶고,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은 사람들을 직접 만날 것이다. 30분 아니 5분이라도 좋다. 눈빛과 표정, 손의 온기만으로도 대화는 가능하고, 관계는 깊어질 것이라 믿는다.

    조고운 뉴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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