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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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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불신’에 식어가는 ‘나눔 온기’

‘어금니 아빠’ 등 부정적 영향… 도내 나눔캠페인 작년 절반 수준
전문가 “사용처 등 정보 공개해야”

  • 기사입력 : 2017-12-1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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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른바 ‘어금니 아빠’를 비롯해 기부금을 부정적으로 사용한 사건들이 잇따르면서 경남지역에서 도민들의 기부 참여 열기도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시작한 ‘희망 2018 나눔 캠페인’ 모금액은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20일부터 12월 13일까지의 모금액은 12억9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모인 23억7000만원보다 45.6%(10억8000만원) 적었다. 모금액뿐 아니라 참여자 수도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이 캠페인의 개인기부자는 1만397명이었지만, 올해는 이보다 약 1800명 적은 8579명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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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청 앞 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나눔온도탑이 17일 현재 15도를 기록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남지역본부도 올해 11월까지 등록한 정기후원자는 1195명으로, 지난해 1758명보다 560여명 부족했다. 이에 따라 후원금 규모가 약 5% 줄었다고 초록우산 관계자는 설명했다. 월드비전 경남지역본부도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후원자 규모가 10%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도내 기부단체 관계자들은 기부금과 관련된 부정적인 사건들이 알려지면서 후원중지 요청 또는 기부금 사용에 대한 문의가 잇따르는 등 기부금 사용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은 딸의 수술비로 받은 후원금으로 호화생활을 누린 사실이 밝혀졌고, 새희망씨앗이라는 단체는 100억원대의 후원금을 가로채 수입차·아파트 구입 등에 사용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도내 한 기부단체 관계자는 “현장에서 모금액이 제대로 사용되는 것 맞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늘었다”며 “불신으로 마음이 돌아선 기부자들이 많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실제 시민들이 기부를 꺼리는 이유로 기부단체에 대한 불신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나눔 실태 및 인식 현황’을 보면, 최근 1년간 기부한 적이 없는 응답자(946명) 중 기부를 하지 않은 이유로 ‘시설, 기관, 단체를 믿을 수 없어서’라고 답한 이들이 23.8%로 경제적 이유(52.3%) 다음으로 많았다. 전체 조사 참여자들은 기부단체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으로 ‘기부 금액의 투명한 운영’(54.2%)을 꼽기도 했다.

    조사참여자의 93.5%는 우리나라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정보공개가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 연구진들이 심층분석한 결과, 기부금의 사용처를 인지했을 경우 평균 기부액은 62만원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엔 39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부단체가 정보공개를 ‘잘 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한 이들은 72.5%에 달했고, 이 같은 평가는 2014년 62.7%, 2015년 68.3%로 매년 증가해 왔다.

    연구진은 “모금활동을 하는 모든 기관이 재정공시가 의무화돼 있진 않다. 일반 기부자가 회계서류에 접근하거나 이해하기도 어렵다”며 “기부단체들은 사용처를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정부는 제도적 기반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안대훈 기자 ad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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