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거부의 길] (1238) 제21화 금반지 사월의 이야기 54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 기사입력 : 2017-12-18 07:00:00
  •   
  • 메인이미지


    오향장육은 맛이 좋았다. 서경숙은 이민석에게 즐겁게 술을 따라주었다. 이민석은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오향장육의 향기가 좋은데요.”

    “그래서 사람들이 오향장육을 좋아하나 봐요. 옛날에는 이 집이 오향장육 때문에 남대문 시장 사람들에게 최고 인기였대요. 다른 데서도 일부러 찾아와서 먹고 그랬나봐요. 경찰서 사람들과 신문사 사람들이 단골이었대요.”

    서경숙은 삼일그룹 비서실 사람들과 온 적이 있다. 이동성으로부터 한동안 연락이 없는데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다.

    오향장육이 끝날 무렵 고추잡채와 양장피까지 나왔다. 두 사람의 식사로는 양이 많았으나 술을 마시면서 즐겁게 먹을 수 있었다.

    “이 술집 이름 아세요?”

    “네. 소오강호잖아요? 소설은 못 읽었는데 드라마는 봤어요.”

    “드라마가 여러 번 리바이벌 되었지요. 저는 2001년도 판을 제일 좋아합니다.”

    “저는 2014년도 판을 봤는데 신기했어요.”

    “어떤 점이요?”

    “규화보전을 익히면 여자가 되잖아요? 동방불패가 처음부터 영호충을 사랑하는 것으로 나와 신기하더라고요. 남자가 여자로 변해서 남자를 사랑하잖아요?”

    서경숙은 이민석과 즐겁게 이야기를 했다. 중국 식당에서 나오자 길에 눈이 쌓여 있었다.

    “한잔 더 해야지요?”

    이민석이 서경숙의 허리를 안고 말했다.

    “그럼요.”

    서경숙이 눈웃음을 쳤다. 모처럼 만났는데 이대로 헤어질 수는 없다. 남자와 여자가 밥 한 그릇 먹자고 만나겠는가.

    “호프집으로 갈래요? 사케를 마시러 갈래요?”

    “호프집이요.”

    “갑시다.”

    서경숙은 이민석을 따라 호프집으로 갔다. 호프집에서도 중국 드라마 이야기를 했다.

    호텔에 이른 것은 밤 11시가 되었을 때였다.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이민석이 서경숙을 포옹했다. 서경숙은 눈을 감았다. 그녀의 내부에서 맹렬한 욕망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가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는 입술을 부딪쳐 왔다. 서경숙이 입술을 열어주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부드러운 살덩어리가 미끄러져 들어왔다. 몸이 더워지기 시작했다. 그의 손이 둔부를 움켜쥐고 가슴을 애무했다.

    ‘아아.’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애무에 몸이 떨렸다. 서경숙도 그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그의 바지 앞섶을 쓰다듬었다. 아직은 서로에 대해 낯설었다. 그러나 지난여름 격렬하게 사랑을 나눈 일이 있었다.

    여러 달이 지났으나 그때의 떨림과 열정이 되살아났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