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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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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화예술특별시다웠던 창원거리페스티벌- 강주연(조각가)

  • 기사입력 : 2017-12-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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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에는 차들의 무법천지 전용도로를 사람들이 점유하였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부에서 나이 지긋한 중년부부들이 손을 잡고 8차선 도로 위를 여유롭게 거닐고 있다. 한쪽에서는 노래자랑이 한창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클래식 연주가 유유히 흐르고 있다. 음악소리에 흥겨운 아이들이 손에 뭔가를 들고 뛰어다니고 여기저기 흩어져서 바닥에 업드려 있다.

    아스팔트 위에서 빨강, 노랑, 초록, 분홍색 등의 여러 가지 초크를 들고 오래전 석기시대의 조상들이 암각화를 그리듯이 자신들의 이야기들을 바닥에다 표현하고 있다.

    차들에게 빼앗겼던 대지를 되찾은 기쁨을 맘껏 누리고 있는 것 같다. 창원에 저렇게 젊은 부부와 아이들이 많았던가 새삼 놀란다.

    요즘은 밖에 나가도 아이들의 뛰어노는 모습을 쉽게 찾을 수가 없어서인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뛰어다니는 모습들이 왠지 어색하기까지 하다. 누가 저들을 콘크리트 속에다 가두어 놓았는가. 누가 저 아이들의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빼앗아버렸는가?

    오늘만큼은 우리 모두가 이 공간의 주인공이 되었다. 한쪽에서는 빈 박스를 가지고 갖가지 모양의 집들이 지어지고 있다. 벽을 세우면서 하하호호, 지붕을 만들면서 하하호호 즐거움이 끊이질 않는다. 보는 이도 덩달아 즐겁다. 문화예술이 가족을 하나로 만들고, 서로 대화를 하게 만들었다.

    큰 대로를 막아놓고 하는 행사는 몇 번 있었다. 대부분이 특정의 사람들이 대로에서 행사를 하고 일반 시민들은 도로 밖에서 관람하는 형태의 행사가 대부분인데, 이번만큼은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도로를 차지하였다. 애써 누군가를 위해 박수 칠 필요 없이 우리를 위하여 절로 함성과 탄성이 나왔다. 예술이 우리를 그렇게 할 수 있게 했다. 예술이 우리를 대화하게 하였고, 우리를 웃게 만들었다.

    대로를 막고 시민들을 뛰어놀 수 있게 한 것은 2017년이 지는 지금 다시 생각해도 흐뭇하고, 정말 칭찬해주고 싶다. 작가들의 수준 높은 작품들이 아스팔트 위에 펼쳐졌고, 그 옆에서 미래의 예술가들이 맘껏 솜씨를 자랑하는 경관 그 자체가 미소 짓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저 너머 잔디 밭에서는 누워서 팝콘을 먹으며 수준 있는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이들도 있다. 곳곳이 문화로 시끌벅적했다.

    작가들에게는 이색적인 경험을(벽화를 그리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아이들에게는 꿈을 줄 수 있는 한바탕 축제를 우리는 가을이 깊어가는 지난 11월 11일부터 12일 이틀 동안이나 중앙대로를 점령하며 즐겼다.

    모두가 한마디씩 훈수 둔다. 축제가 젊어졌다. 우리가 정말 문화예술특별시로 나아갈 수 있겠다는 희망의 훈수를…. 그리고 우리들은 꿈을 가져본다. 2018 창원거리페스티벌에서 사람이 도로를 점령하기를.

    강주연 (조각가)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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