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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7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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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여성의 정치 참여 세상을 바꾸는 힘 (3)

세계 첫 여성의원 배출 핀란드, 여성파워의 힘은?
여성의원 40% 이상… ‘건강한 양성평등’ 근간은 ‘강력한 쿼터제’

  • 기사입력 : 2017-12-04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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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의 참정권 역사가 110년이나 된 핀란드는 세계 여러 나라 중 양성평등 실현에 있어 매우 앞선 나라 중 하나다. 정치·공공부문에서 여성의 비율이 그것을 보여준다. 2000년대 핀란드 국회 내 여성의원의 비율은 40%를 유지했고, 최근 2015년 선거 결과 여성의원은 41.5%, 남성의원은 58.5%를 차지했다. 또한 올해 4월 실시된 지방선거 결과 핀란드 전 지역 시의회 평균 여성의원 수는 39%가량이었다.

    핀란드는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성격차지수(Global Gender Gap Report)’에서 상위권을 지켰고 올해도 지수 0.823으로 조사대상 144개국 중 3위를 기록했다. 핀란드 정치에서 여성이 수적인 평등을 이루고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고, 실제 지방의회는 어떻게 양성평등이 이뤄져 있는지 헬싱키시의회를 통해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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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싱키시의원들이 지역 내 대학의 연구자료를 시의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양측의 교류 확대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헬킹시의회는 의원 85명 중 여성의원이 49%인 42명이고, 의장도 여성이다.



    ◆세계 최초 여성의원 배출한 핀란드= 핀란드는 지난 1906년 유럽 대륙 국가 중 여성의 참정권을 가장 먼저 도입했다. 이후 1907년 총선거에서 세계 최초로 19명의 여성의원이 국회에 진출했다는 정치·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이 같은 배경은 핀란드가 현재 유럽국가 중 의회 내 양성평등을 이루는데 중요한 포인트다. 1960년대 들어 타 유럽국가들이 여성의 정치적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 사회적 문제라고 인식했을 때 핀란드는 이미 여러 여성의원들이 의회에 진출해 있었고, 선거에서 여성후보자의 비율이 느리게 증가하는 문제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타 국가보다 빨랐던 핀란드의 여성 참정권 역사는 발전을 거듭해 1987년 양성평등법 제정, 1990년 양성쿼터제 도입으로 이어졌다. 덕분에 핀란드는 세계 최초 여성의원 배출 기록뿐 아니라 유럽 최초의 여성국방장관, 여성시장, 여성대통령, 여성총리를 배출하기도 했다.

    ◆핀란드의 양성평등법(Gender Quotas Laws)= 핀란드 양성평등법의 핵심은 남녀 양쪽 모두 적어도 40% 이상을 점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핀란드 국정운영의 매우 중요한 근간인 양성평등법은 핀란드의 국가 행정위, 자문단, 시의회, 위원회, 시정부의 협력기구에 적용되며 정부와 각 주정부, 지자체는 양성평등을 촉진해야 한다는 지향점을 두고 모든 정책결정을 하고 있다. 핀란드에서도 인위적인 남녀성비 맞추기에 대한 우려는 있었지만 법으로 규정된 양성쿼터의 이점이 그 우려보다 크다고 믿었고,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다. 특히 양성쿼터로 인한 여성의 정치 참여가 바람직한 경쟁을 유도하고, 의견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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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싱키시청사.

    ◆헬싱키시와 시의회 구성= 헬싱키시청 정책결정 지원 및 운영부서장인 안티 펠토넨씨에 따르면 헬싱키시의회는 85명의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올해 4월 열린 지방선거로 의회에 진출했다. 이 중 여성은 49%이고, 남성은 51%다. 이 같은 남녀의원 비율의 균형은 이미 1989년부터 시작됐다. 1989~1992년 때 의원의 남녀성비는 55%-45%였고, 이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 2005~2008년에는 여성의원 53%, 남성의원 47%, 2009~2012년에는 여성의원 56%, 남성의원 44%로 구성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지방의회에서는 여성 의장이나 상임위원장이 거의 없지만 헬싱키는 달랐다. 현재 헬싱키시의회 의장은 여성이고 헬싱키에는 지난 1993년 이후 6명의 여성 의장이 활동했다.

    헬싱키시의회 남녀의원들은 의결기구인 시티카운슬(City Council)과 정책 기획 및 집행기구인 시티보드(City Board)에 골고루 분산 배치된다. 특히 의원 15명으로 구성되는 시티보드에서 이들 중 1명이 시장이 되고 4명이 부시장을 맡으며 10명의 의원은 정책결정 등을 심의한다. 시장과 부시장들은 중앙행정부와 교육, 도시환경, 문화레저, 사회서비스 및 건강 등 부서(Committee)의 책임자인데 현재 시장은 남성이지만 나머지 4개 부서를 맡는 4명의 부시장은 모두 여성이다. 또한 각 부서 아래 8개의 세부 부서(sub-committee) 중 6개 부서장이 여성이다. 시의회 조직은 남녀성비 균형을 맞추고 있는데, 선거과정에는 양성평등법이 적용되지 않지만, 시의회 내부 조직인 시티보드에는 해당 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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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베로니카 혼카살로 헬싱키시의원



    “여성 정치참여 늘려 양성평등 이루려면
    사회적 공감대·지원 시스템 뒷받침돼야”

    헬싱키시의회의 재선 의원으로 좌파연합(Left Alliance) 소속인 베로니카 혼카살로(Veronika Honkasalo)씨를 만나 헬싱키의회 내 양성평등이 이뤄진 과정과 양성쿼터제의 장점, 향후 개선방향, 한국 여성정치인 등을 향한 조언 등을 들었다.

    △헬싱키시의회 내 양성평등의 배경은?

    -강력한 양성쿼터제 덕분이다. 선거에는 양성평등법이 적용되지 않지만 각 정당이 그 필요성에 공감하고 가이드라인을 정해 입후보자 추천 때 남녀 수를 거의 반반으로 맞추는데 그러다 보니 남녀 의원 당선자가 반반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양성쿼터제는 법으로 보장됐고 사회구성원들이 법을 존중하고 충실히 따랐기에 현재 양성평등이 가능해졌다. 의원들이 법을 안 지키면 안 된다.

    △양성쿼터제의 장점은?

    -정책 논의나 결정할 때 남녀 의원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되고 사회 전반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칠 결과를 도출해낸다고 생각한다. 또한 양성쿼터제로 인해 헬싱키를 비롯한 각 지자체가 여성의 가사·육아활동에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나 역시 워킹맘으로 육아와 의정활동 사이에 고충이 있는데 헬싱키시가 제공하는 베이비케어프로그램 덕분에 마음껏 일할 수 있다.

    △양성평등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남성들의 반발은 없었나?

    -물론 있었다. 하지만 토론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제도를 만들고 정착시켰다. 만약 양성쿼터제가 없었다면 핀란드에서도 의회 내 양성평등 실현은 어려웠을 것이다.

    여전히 정치에서 여성은 소외되는 경향이 있는데 여성의원들은 더 많은 여성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져야 하고, 정당들도 지역 여성 중 인물을 발굴하고, 이들이 가사와 육아 때문에 정치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헬싱키에서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보완돼야 할 부분과 한국에 대한 조언은?

    -양성쿼터제는 남녀평등으로 가는 첫 관문이지만 그것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진정한 양성평등을 위해서는 시스템 개선과 사회분위기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 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주체들이 정치에 나와서 그들의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사회적 제도나 지원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이미 만들어져 있는 제도와 지원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알려 활용토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제 여성정치인의 질적 성장을 고민해야 한다. 남녀의원이 진정한 정치적 파트너가 되려면 여성의원들의 참여와 활동이 필수적이다. 한국 역시 양성평등에 사회가 공감해 강력한 법을 만들고, 이를 지키려는 노력과 여성정치인의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할 거라고 생각된다.

    글·사진= 김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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