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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7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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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역사를 찾아서] (20·끝) 불멸의 가야문화(伽倻文化)

잊혀진 왕국 아닌 ‘영원한 가야’를 꿈꾸다
사료 부족·무관심으로 역사 홀대
개발 인해 ‘가야 고도’ 모습 사라져

  • 기사입력 : 2017-11-2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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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야가 이 땅에서 사라진 지도 1500여년이 지났다. 가야는 우리나라 고대국가시대 때 고구려 신라 백제만의 3국이 아닌, 당당한 4국시대를 열어가며 한반도 남부지방에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나라다. 그러나 문헌사료의 절대 부족과 또 기록이 왜곡 말살되고 의도적으로 파괴되는 바람에 가야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가야는 좀처럼 제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여태까지 설화로 숨쉬는 ‘잊혀진 왕국’ 정도로만 알려져 왔다.

    그러나 경북의 상주에서부터 성산 고령을 거쳐 함안 고성 김해에 이르기까지 700리에 달하는 낙동강 유역과 서쪽으로는 지리산을 경계로 하는 영역으로 출발한 6가야의 500년 역사 현장마다 옛 가야인의 체취가 배어 있지 않은 곳이 없다. 가야인들이 남긴 유적 유물이 옛 가야땅 곳곳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가야의 유적 유물이 대량으로 발굴되면서 잊혀진 왕국 가야역사의 신비가 조금씩 벗겨지고 있다. 따라서 가야는 이러한 유적 유물로 인해 ‘잊혀진 왕국’에서 ‘영원한 가야’로 우리 역사에 우뚝 서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 가야가 오늘날까지 역사 속에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은 우리 생활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자리한 불교와 차(茶), 토기, 철기, 그리고 가야금 등 한국의 정서로 상징되는 가야문화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가야문화 5선(選)’으로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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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가락국의 왕도인 김해. 무분별한 개발로 고도(古都)로서의 분위기를 느낄 수가 없다.



    ▲왕도(王都)의 옛 영화 잃은 지 오래

    500년 가야역사의 중심이었던 김해 등 6가야의 도읍지는 지금 왕도(王都)의 옛 영화와 위상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가락국의 도읍지인 김해(金海)와 아라가야의 함안(咸安), 소가야의 고성(固城), 대가야의 경북 고령(高靈), 성산가야의 경북 성주(星州), 고령가야의 경북 상주(尙州)에는 궁궐은 온데간데없고 그 궁허지마저 불분명해 신비에 쌓인 가야역사를 더욱 아리송하게 만든다. 옛 도읍지마다 개발붐을 타고 곳곳이 파헤쳐진데다 무분별한 건축으로 고도(古都)로서의 면모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훗날 고도와 관련된 유물과 기록이라도 발견되는 날을 위해 발굴의 여지라도 남겨두어야 하는데도 온통 불도저 자국뿐이다. 이 모든 비극은 경제개발 추진 과정에서 경제가치와 문화가치가 맞부딪치거나 경쟁할 때마다 개발우선정책으로 일관했던 정부당국의 문화인식 결여 때문이었다. 가락국의 고도 김해는 지금 옛 김해가 아니다. 아무 제한 없이 들어선 무질서한 고층빌딩과 건물 색깔, 그리고 밤거리의 현란한 네온사인 등으로 이곳 김해가 과연 옛 가락국의 고도인가 의심할 정도로 옛 모습을 잃어버렸다. 도시 전체가 시멘트로 뒤덮여 있다.

    그리고 각종 유물 발굴 장소도 유물만 수습한 후 방치한 곳이 많다. 김해지구의 가야묘제를 알려주는 귀중한 유적인 구산동을 비롯한 대부분의 고분군은 거의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채 밭으로 또는 야산으로 방치되고 있다. 또 발굴을 마친 고분 위에는 안내 팻말만 덩그러니 꽂혀 있을 뿐 고분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유물만 습득하고 팻말만 남겨 놓는 당국과 발굴팀의 무신경을 읽을 수 있다. 이처럼 김해를 비롯한 6가야의 옛 도읍지가 개발우선순위에 밀려 마구 파헤쳐지고 시멘트에 뒤범벅이 돼 500년 역사의 재조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김해박물관

    500년 고도 김해를 찾는 사람들이 손에 잡히지 않는 가야역사의 구름 속을 헤매다 ‘그나마 다행’이라며 찾는 곳이 있다. 옛 가야지역에서 발굴 수집된 문화재를 체계적으로 보존 전시하고 가야문화를 본격 조명하기 위해 지난 1998년 7월 29일에 개관한 국립김해박물관이 있기 때문이다.

    김해시 구산동 구지봉 기슭에 자리 잡은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의 문화재를 집약 전시하고 있다. 1층은 ‘가야로 가는 길’이란 주제로 1실은 낙동강 하류지역의 선사문화, 2실은 가야의 여명, 3실은 가야의 성립과 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각종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2층은 ‘가야와 가야사람들’이란 주제로 4실은 가야사람들의 삶, 5실은 부드럽고 아름다운 가야토기, 6실은 철의 왕국 가야, 7실은 해상왕국 가야를 입증하는 각종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국립김해박물관은 다른 국립박물관과는 달리 고고학 중심 전문박물관으로 특성화돼 있다.

    따라서 국립김해박물관은 베일 속에 가려져 있는 가야문화의 실체를 밝히는 데 앞장서고 한반도 고대역사 복원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김해박물관은 그동안 단편적으로 이뤄져온 가야연구를 앞으로는 종합적이고 본격적으로 진행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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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가야지역에서 발굴 수집된 문화재를 체계적으로 보존·전시하고 있는 국립김해박물관.



    ▲보존 개발 병행, 조화 이뤄야

    김해와 같은 옛 왕도는 많은 역사문화 유적들이 산재할 뿐만 아니라 기능 중심의 현대도시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정서문화의 보고(寶庫)다. 이들 지역의 개발은 역사 문화적 환경을 잘 보존하고 고도로서의 품격에 걸맞도록 추진돼야 한다.

    따라서 고도 고유의 정서문화 환경을 철저히 보존하기 위해서는 개발지구와 구분, 기능중심의 신도시 개발은 고도 외곽지역으로 유도하고 개발지구의 건물설계, 도로 건설, 색칠 등에도 전통과의 조화를 이루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아름다운 문화도시로 개발되는 고도들이 현대도시 속에서 날로 척박해져만 가는 우리의 정서문화를 꽃피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야지역의 유적과 유물이 신라 백제에 못지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체계적인 보존과 조사연구가 상대적으로 뒤떨어져 있다. 신라와 백제의 고도에는 관광 자원으로서도 투자가치가 충분하지만 가야지역은 크게 열세에 놓여 있다. 가야문화권 개발은 관광지 개발, 관광지 투자라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한시적인 차원이 아닌 그야말로 문화유적의 체계적인 보존 관리, 그리고 학술발굴조사라는 본연의 자세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물론 관광개발이라는 점도 결코 간과할 수는 없지만 이것이 주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가야문화권 개발은 문화유적의 발굴 보존 정비뿐만 아니라 발굴 조사된 자료를 정리, 집대성하는 일도 중요하다. 문화유산은 민족의 상징이며 역사 속에서 살아 숨쉬는 조상의 얼이다.

    문화유산은 한 번 파괴되면 다시는 만들 수 없다. 따라서 문화재는 민족의 정신적 자원이라는 점을 감안해 과학적으로 보존되고 가치에 손상이 없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리고 민족문화유산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와 함께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범국민적인 사랑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가야 한다. 따라서 500년 고도인 김해 등 6가야 옛 도읍지를 보존하고 그 가치와 보람을 오래도록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보존과 개발을 병행해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글·사진= 이점호 전문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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