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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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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24) 제21화 금반지 사월의 이야기 40

“만나서 상의할 일이 있대요”

  • 기사입력 : 2017-11-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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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준생을 만난 이래 가장 밝은 미소였다.

    “발레를 하니 얼마나 예쁘겠어요? 발레는 여자들의 꿈이에요.”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야. 얘가 유치원에 다닐 때 부모라는 것들이 나한테 맡기고 유럽여행을 떠났어. 두 달 동안… 두 달 동안 나하고 살았는데 잠잘 때는 꼭 내 품에 안겨 자더라고… 어둠이 무섭대나. 그래서 내가 안고 잤지. 그런데 나도 정이 들고 말았어. 손자 손녀들 중에 제일 정이 가.”

    “좋으셨겠어요?”

    “말도 마. 이 애가 내가 돌아올 때까지 잠을 안 자. 그래서 회사가 끝나면 바로 집으로 돌아와야 했어. 애물이더라고….”

    “귀엽잖아요?”

    “귀여웠지. 그런데 이놈이 냄새가 난다고 술도 못 먹게 해.”

    임준생이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식사를 마칠 무렵 서경숙에게도 전화가 왔다.

    “시간이 되면 한번 만나고 싶습니다.”

    국회의원 임진규였다. 그는 국회 법사위 소속으로 여당의 중진의원이 되어 있었다. 대통령선거 때 몇 번 마주친 적은 있으나 직접적으로 얘기를 한 적은 없었다.

    “무슨 일인데요?”

    서경숙은 정치인과 가까이하고 싶지 않았다.

    “전화로는 말씀드릴 수 없고 직접 만나야 합니다.”

    “오늘은 안 되겠네요. 저는 지금 지방에 있습니다.”

    “오늘 서울에 올라오지 않습니까?”

    “밤에 늦을 것 같아요.”

    “그럼 밤이라도 봅시다. 서울에 오면 이 전화로 연락주세요. 꼭 부탁드립니다.”

    임진규는 국회의원인데도 정중했다.

    “알겠습니다. 서울에 올라가는 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서경숙은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임진규가 왜 만나자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임진규 의원이에요. 만나서 상의할 일이 있대요.”

    “지금?”

    “아니에요. 다산초당으로 가요.”

    서경숙은 임준생을 재촉했다. 차창으로 지나가는 가을풍경이 황량했다. 다산초당이 가까워지자 고등학교 때 자전거로 전국일주를 하던 일이 떠올랐다. 고생은 했으나 평생 잊을 수없는 경험이었다.

    “우리가 자전거로 전국일주를 하는 것은 우리나라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앞으로 어떤 난관이 닥치더라도 불굴의 투쟁 의지를 갖기 위해서다. 너희들은 전국 일주를 마치면 앞으로 어떤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외사촌 오빠 이도형의 연설은 알쏭달쏭했다. 그러나 좋은 의미라고 생각했다. 사촌들이라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종아리가 퉁퉁 붓고 발바닥이 부르트기까지 했다. 그럴 때마다 이도형이 다리를 안마해 주고 리더가 되어 사촌들을 이끌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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