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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 부전이굴(不戰而屈) - 싸우지 않고서도 굴복시킨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7-11-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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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상에서 어떤 국가가 자주적으로 완전한 국가의 기능을 수행하려면 경제력과 국방력이 모두 갖춰져야 한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은 두 가지가 다 갖춰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경제력은 수준에 도달했지만, 국방력은 우리의 자주적인 힘으로 갖춘 것이 아니다. 핵을 갖춘 북한의 위협을 우리 힘으로 막아낼 방법이 없어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주변국가들에게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며 6자회담을 오랫동안 개최해 왔다. 그러나 아무런 효과도 없다. 여섯 나라 모두 자기들의 이익에 맞춰 회담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사드는 중국 공격용이 아니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중국은 강대한 힘을 바탕으로 우리를 괴롭혀 왔다. 소원해진 한국과 중국 관계를 지난 10월 31일 문재인 정부에서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우리의 경제적 피해가 워낙 컸기 때문에 조속히 정상화하지 않을 수 없었다.

    11월 1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만났다. 다음 달 한중 정상이 중국에서 양자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2018년 2월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사드 문제에 관한 한 중국은 변한 게 하나도 없다. 한국에 배치된 사드체계를 반대한다고 재천명했다.

    중국은 미사일방어체계(MD) 구축,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협력 등에도 반대한다고 분명히 했다. 11일 문 대통령을 만나 시진핑 중국주석과 리커창 중국 총리는 이 문제를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압력을 가했다.

    사드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 사드 배치 반대보다 더한 내정간섭이다. 겉으로 사드문제를 해결한 듯이 보이지만, 더 큰 양보를 했으니 주권을 크게 양보한 심각한 문제다. 그래서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이 한국에 대해서 총 한 발 안 쏘고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북핵에 대응하기 위해서 한미일 안보협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고 합의했다. ‘한미일 군사협력을 하지 말라’는 중국의 요구에도 부응했으니, 장차 외교적으로 어려움이 닥쳐올 것이다.

    중국의 목적은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이간시켜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발을 못 붙이도록 하려는 것인데, 한국이 거기에 휘말려드는 것이다.

    ‘손자병법(孫子兵法)’에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은, 잘하는 것 가운데 잘하는 것이 아니다. 싸우지 않고서 다른 나라의 군대를 굴복키는 것이 잘하는 것 가운데서 잘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외교를 통해서 남의 나라에게 자기 말을 듣게 하는 중국의 외교 전략은 우리보다 몇 수 위라 할 수 있다.

    *不 : 아니 불(부). *戰 : 싸울 전.

    *而 : 말 이을 이. *屈 : 굽힐 굴.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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