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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축제의 도시’ 김해에서 떠올리는 다기망양 고사 - 허충호 (김해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7-11-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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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자의 옆집 사람이 양을 잃어버렸다. 이웃이 양자를 찾아왔다. “사람들과 함께 양을 찾으러 가야 하는 데 댁내 노복을 좀 보내주십사” 하고. 얼마 후 그가 돌아왔다. 양자가 물었다. “그래, 양은 찾았소?”. 양주인이 말했다. “못 찾았습니다. 갈림길이 하도 많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양자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제자들이 이상하게 여겨 물었다. “양은 그리 귀중한 가축도 아니고, 스승의 것도 아닌데 왜 말씀도 없으시고 안색도 어두우신지요?” 그래도 양자는 말이 없었다. 어느 날 제자 중 한 명이 선배를 찾아가 “스승이 왜 그 일로 표정이 어두워졌는지 알겠느냐”고 물었다. 선배는 “큰 길에는 샛길이 많아 양을 잃고, 학자는 다방면으로 배우는 과정에서 본성을 잃는 것이 안타까워 그런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戰國)시대 사상가 양자에 얽힌 고사성어 ‘다기망양(多岐亡羊)’의 유래다. 최근 마무리된 김해의 여러 축제장에서 이 고사를 떠올린다.

    ‘가야 왕도’ 김해에는 크고 작은 축제가 참 많다. 41년 전통의 가야문화축제와 22회를 맞은 분청도자기축제부터 크고 작은 행사가 연중 개최되는 ‘축제의 도시’다. 여기다 가야문화를 테마로 분성산에 조성된 테마파크까지 각종 이벤트로 관광객들을 유혹하니 축제의 물결은 그야말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올해는 한국민속예술축제와 전국청소년민속예술제에 이어 전국 공모에서 선정된 대한민국 마을기업 박람회까지 열려 전국의 큰 행사가 모두 김해로 수평이동한 듯하다. ‘성장하는 젊은 도시’ 김해로서는 다양한 관광자원과 시세를 전국에 홍보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자긍심마저 느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도 한다. 문제는 이같은 축제가 특정 시기에 치우쳤다는 점이다.

    캘린더를 되돌려 당시 일정을 보자. 지난 9월 21~24일 수릉원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국악경연대회인 ‘제58회 한국민속예술축제’와 ‘제24회 전국청소년민속예술제’가 열렸다. 겹치는 기간인 21~22일에는 평생학습과학축제와 북페스티벌이 있었다. 10월 27~29일에는 행안부 주최 대한민국 마을기업 박람회까지 열렸다. 같은 기간인 27일부터 11월 5일까지는 분청도자기축제가 펼쳐졌고, 28~29일에는 올해 첫 김해시 단독 허왕후 신행길 축제가 진행됐다. 마을기업박람회 중에는 김해복지시책을 홍보하는 복지박람회도 열렸다. 크고 작은 여러 행사가 같은 날, 또는 비슷한 시기에 숨 가쁘게 열렸다.

    여기서 여러 질문들이 떠오른다. 겹치기로 진행된 축제는 과연 본연의 목적을 달성했을까. 축제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축제 관련 직원들은 업무 부하 없이 효율적으로 일했을까. 혹여 많은 선물꾸러미를 어느 손으로 잡아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어린아이 같은 심경은 아니었을까. 축제장을 찾은 이들은 과연 얼마나 즐기고 만족했을까. 그들에게 이들 축제가 어떻게 인식됐을까. 이런저런 의문이 꼬리를 문다.

    물론 정성·정량적 분석을 전제로 하지 않은 주먹구구 의문이니 아마 조목조목 반박할 것도 많으리라 짐작한다. 김해를 전국적으로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된 전국 규모의 대형 행사들이 김해의 작은 축제들과 어울려 많은 시너지효과를 발휘했으리라 기대도 한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기망양의 우려가 전혀 없었다고 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양 찾기’에 나섰지만 너무 많은 갈림길로 인해 양을 찾지 못한다면 들인 노력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혹여 다음에 양을 잃을 경우 참고했으면 한다.

    허충호 (김해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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