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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7) 과화존신(過化存神) - 군자가 지나간 곳은 교화가 되고, 마음을 두는 곳은 신묘하게 된다

  • 기사입력 : 2017-11-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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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자(孟子)에 이런 구절이 있다. ‘무릇 군자가 지나가는 곳은 교화가 되고, 군자가 마음을 두고 있는 것은 신묘하게 된다. 아래 위로 하늘과 땅과 함께 그 흐름을 같이한다. 어찌 그 도움이 작다고 말하겠는가?[夫君子, 所過者化, 所存者神, 上下與天地同流, 豈曰小補之哉?]’

    옛날 성스러운 순(舜)임금이 임금이 되기 전에 농민으로서 역산(歷山)에서 밭을 갈며 살자, 밭 경계를 다투던 농민들이 밭 경계를 양보하였고, 하빈(河濱) 땅에서 질그릇을 굽자, 찌그러진 질그릇을 만들어 팔던 사람들이 찌그러진 것을 더 이상 만들어 팔지 않았다. 순임금에게 교화를 받은 것이다.

    맹자의 제자인 공손추(公孫丑)가 맹자에게 “군자들이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그저 먹고 지내는 것은 어째서입니까?”라고 물었다. 맹자가 이렇게 대답했다. “어떤 나라에 군자가 있을 때, 임금이 그를 쓰면 나라가 안정되고 부유해지고, 임금은 존귀하고 영광스럽게 될 수 있다. 그 제자들은 부모에게 효도하고 어른들을 공경하고, 최선을 하고 신실하게 되니, 놀고 먹지 않는 것으로 이보다 더 큰 일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지식인은 직접 생산현장에서 종사하지 않지만, 그의 역할은 있다. 세상 사람들을 교화시키고, 임금을 바로잡고 백성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어떤 고을에서 살인사건이나 윤리에 관계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을 때, 이웃 고을에 살고 있는 진사(進士)나 지식인들이 그 고을의 진사나 지식인들에게 “당신들 뭘 했느냐?”고 비난했다. 그들이 평소에 고을 사람들을 교화하는 의미를 다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사천시 서포면(西浦面) 외구리 곤양면 소재지에서 서포로 가는 길가에 작도정사(鵲島精舍)가 있다. 1533년 당시 곤양군수(昆陽郡守) 관포(灌圃) 어득강(魚得江)의 초청을 받은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이 당시 섬이었던 작도(鵲島:까치섬)에 올라 관포와 함게 시를 주고받고 조수(潮水)에 대해서 토론했던 곳이다.

    1928년 곤양을 중심으로 한 이 지역의 유림들이 퇴계선생의 학덕을 흠모하여 작도정사를 짓고 제사를 드리고 있다. 퇴계가 남긴 교화를 오늘날까지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월 12일 도산서원(陶山書院) 김병일(金炳日) 원장과 퇴계의 후손, 전국 각 대학의 저명교수 20여 명이 작도정사를 찾아 퇴계선생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퇴계의 학덕을 회상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규윤(李圭潤) 곤양향교 전교, 강남덕(姜湳德), 전 전교, 정순우(鄭淳雨) 작도정사 당장(堂長) 등 작도정사를 관리하는 여러분들이 나와 차와 음식을 준비하여 극진히 대접하였다. 근 500년 전 퇴계선생이 이 곳에 왔을 때를 회상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진 이의 교화는 영구히 끊어지지 않아 후세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過 : 지나갈 과. *化 : 변할 화.

    *存 : 있을 존. *神 : 신비로울 신.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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