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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환경 시즌2] (2) 주남저수지 수위 조절 갈등

물 채워야하나, 비워야하나…‘철새-사람’ 갈등 고인 저수지

  • 기사입력 : 2017-10-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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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을 뺄 것인가, 채울 것인가. 창원 주남저수지의 수위 조절은 십수 년간 지속된 논쟁거리다. 이는 주남저수지가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인공 저수지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주민들이 물고기를 잡고, 철새가 찾아들고, 다양한 습지생물이 서식하는 등 주남저수지의 목적성이 다변화된 결과다.

    “겨울철새의 안정적인 서식처를 마련하기 위해선 수위를 낮춰야 한다”, “농업용수 확보하려면 저수지에 물을 채워야 한다”, “어업활동을 위해 저수지 물을 방류해선 안 된다”. 이처럼 철새도래지, 농업용 저수지, 어민의 터전 등 주남저수지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물 관리의 무게추 역시 움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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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농어촌공사 창원지사 직원이 주천강으로 연결되는 주남저수지의 수문을 가리키고 있다.

    ◆1차 수위 갈등= 주남저수지의 대표적인 수위 갈등은 겨울철인 10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에 주로 발생한다. 이때 재두루미, 큰고니, 가창오리 등 다양한 철새가 주남저수지를 찾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는 겨울철 야생조류의 안전한 서식지를 마련하기 위해 주남저수지 수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기간 주남저수지에서 겨울철 철새를 모니터링한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멸종위기종인 재두루미의 경우 수위를 조절하지 않으면 백양들·송용들·화양들 등 저수지 인근의 경작지에서 주로 지내고, 수위를 낮추면 저수지 내 갈대섬 등에서 지내는 등 잠자리 변동이 생긴다. 논과 같은 개활지에서는 야간에 삵 등 상위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어려운 데다 사람들의 접근이 용이해 저수지 내부를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환경단체는 수위를 높이면 철새가 발을 디딜 저수지 내 공간이 줄어드는 만큼 3~3.2m가량의 기준수위를 요구해 왔다.

    반면 주남저수지 관리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 창원지사(이하 농어촌공사)는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겨울철에도 일정 수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여기서 창원시 대산면과 동읍 일대 농경지 1597㏊에 물을 댄다. 농어촌공사는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서는 최소 기준수위를 4.3m 유지해야 하는데, 10월부터 이듬해 3~4월께까지는 강수량이 적은 만큼 수위 유지는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동읍 내수면자율관리공동체(이하 어촌계) 역시 수위 저하를 원치 않는다. 과거부터 어업활동이 주로 겨울철에 집중돼 있는데, 수위를 낮추기 위해 물을 방류하면 잡아야 할 물고기도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촌계의 어업활동이 민감한 겨울철새를 쫓기도 해 환경단체와 마찰이 잦았다.

    ◆복병 연꽃, 2차 수위 갈등 조짐= 겨울철에 이어 최근에는 여름철에도 수위 갈등이 예상된다. 갈등의 배경에는 몇년 사이 주남저수지를 뒤덮은 연꽃이 있다. 지난 2015년 환경부 지정 경남녹색환경지원센터가 발표한 ‘생명이 숨쉬는 주남저수지 종합관리방안’을 보면, 주남·산남·동판저수지를 포함한 주남저수지에서 연꽃 군락이 차지한 면적은 2009년 3만8426㎡(0.8%), 2011년 20만3556㎡(4.2%), 2013년 34만2737㎡(12.5%), 2014년 55만4647㎡(18%%), 2015년 125만9071㎡(30.6%)로 급격히 확산했다. 올해에는 198만7467㎡(39.7%)로 조사됐다는 모니터링 결과도 나오면서 연꽃 군락은 8년 새 50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꽃이 산남·동판저수지보다 주로 주남저수지에 분포한 점을 감안하면, 주남은 2009년 3만8426㎡(1.4%)에서 올해 163만706㎡(60.2%)로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야생조류의 서식지가 줄고 다른 수생식물이 감소하는 등 주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자, 연꽃을 제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꽃 제거 방법으로는 연꽃 줄기 제거, 수침(水沈·물에 가라앉힘), 연꽃 뿌리 제거(준설) 등이 거론된다. 줄기 제거는 지난 2015년부터 창원시에서 매년 2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민간위탁 방식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연꽃의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임시방편에 머무는 실정이다. 준설은 주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데다 비용이 과다해 이를 실행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10월~이듬해 3월 겨울철새가 주남저수지를 찾기 때문에 중장비를 투입하는 준설작업이 어렵고, 4~9월에는 농업용수를 공급해야 하기에 저수지 물을 바닥까지 비우기 어렵다고 농어촌공사는 설명한다.

    결국 수침과 줄기 제거를 함께 하는 방법이 생태계 피해도 적고, 연꽃 제거에도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지난 10일 ‘주남습지의 생태계 현황 및 보전방안’을 주제로 마창진환경운동연합이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수동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가 이 같은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이날 이 교수는 “주남저수지는 자연 강우에 의해 수위가 크게 영향을 받는다. 올해처럼 가뭄이 발생하면 수위 관리가 어렵다”며 “연 군락을 제거하고 철새 서식지 마련을 위해선 별도의 수심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수침은 연꽃이 발아하는 5~6월 수위를 높여 연꽃을 물에 잠기게 하는 것으로 수위 조절이 핵심이어서 갈등이 예상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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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남저수지로 연결되는 금산천의 양옆으로 감나무 과수원이 들어서 있다.

    ◆낙동강물 끌어와야= 여름철에는 수위 조절에 대한 주장이 서로 뒤바뀐다. 환경단체는 철새 서식지와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 연꽃을 제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겨울과 달리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농어촌공사는 농업용수를 한창 공급해야 하는 시기에 물을 가둬두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어촌계는 현재 별다른 입장을 취하지 않았지만, 4월 초 산란기에 수위가 지나치게 높으면 붕어 산란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임희자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겨울에도 연 줄기가 남아 있는데, 먼저 온 철새들이 어디에 앉아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것을 보면 애처롭다”며 “낙동강물을 끌어와 연꽃을 수장시키고 베어내는 수밖에 없는데, 물을 끌어오는데 드는 전기료 등 예산 문제가 크다. 시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원래 금산천은 주남에서 낙동강으로 물이 나가게끔 경사가 돼 있다. 때문에 반대로 끌어오려면 그 방면 수위를 높여서 역으로 오게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금산천 부근의 과수원과 농경지에 침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강우량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연 제거를 위해 매년 이렇게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신 금산천을 따라 수침을 위한 2.5㎞ 정도의 새 관로를 설치하면 침수피해 없이 가능하겠지만, 농지 기반시설 보수 차원이 아니어서 예산을 얻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난색을 표했다.

    ◆키맨(Key Man)은 창원시?= 주남저수지를 두고 여러 이해 관계자들이 대립하는 과정에서 창원시는 문제를 해결하는 중재 역할을 해 왔다. 지난 2009년 시가 관련 법과 자체 수립한 ‘주남저수지 어로행위 제한대책’을 근거로 예산을 투입해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어업활동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하면서 어민들의 불만을 일정 부분 해소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6월께 시는 농어촌공사, 한국수자원공사와 함께 ‘상호협력 구축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면서 주남저수지 통합 물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겨울철새의 안정적인 확보에 필요한 3.2m 이하의 수위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대신, 수위조절로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농어촌공사가 낙동강에서 물을 끌어오는 데 드는 전기요금 등 제반 비용은 시가 부담한다.

    이 같은 사례에 비춰 여름철 수위 갈등에서도 창원시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까지 시는 지난 4월 경남녹색환경지원센터에 의뢰한 ‘주남저수지 연꽃 군락지 모니터링 연구’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용역 결과는 12월께 발표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농어촌공사와 업무협약을 맺어 수침을 위한 관로 설치는 아직까지 협의된 바 없다”며 “모니터링 연구 결과와 함께 수위 조절을 담당하는 농어촌공사와 협의해 연꽃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글·사진= 안대훈 기자 ad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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