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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창덕궁 달빛기행과 해군 관광지 개방- 최노석(창원시관광진흥위원장)

  • 기사입력 : 2017-10-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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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 사조 중 하나인 인상파는 자연을 하나의 색채현상으로 파악해 빛과 함께 시시각각으로 움직이는 색채의 미묘한 변화를 포착한 화풍이다. 모네나 드가, 르누아르 작품을 보고 있으면 꼭 같은 대상이 빛에 따라 얼마나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지를 잘 보여준다.

    서울 창덕궁의 달빛기행을 해 보면, 낮과는 전혀 새로운 느낌의 창덕궁과 만나면서 신비감까지 갖게 되는 것도 햇빛이 아닌 불빛이 만들어내는 조화 때문이다. 정말 신기하리만큼 궁과 정원이 이전에는 결코 본 적이 없는 듯한 새 얼굴을 드러낸다. 창덕궁이 마치 인상파 화가가 그린 한 폭의 그림으로 돌변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느낌 때문이리라. 지금 서울에서는 매 주말마다 창덕궁 달빛기행을 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지난 2010년 첫 시작한 이래 어느새 서울의 격조 높은 대표적인 밤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은 덕분이다. 예매가 실시되는 시간에는 창덕궁 홈페이지가 다운이 될 정도로 사람들이 쇄도한다. 그러다 보니 중고매매사이트에서는 3만원인 입장료가 두 배 가격인 6만원에 버젓이 올라와 있기도 하다. 창덕궁만 그런 것이 아니다. 경복궁이 야간개장을 하는 날에도 서울 광화문 앞이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각 2주일간씩 야간개장을 할 적마다 사람들이 몰려들어 그 일대 교통이 마비되곤 했다. 한밤중 불빛 아래 보는 경복궁이 낮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돌변하는 데에서 사람들은 탄성을 지른다. 이런 일은 궁이 있는 서울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서울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관광콘텐츠이다.

    서울에만 이런 일이 있다고 부러워하고만 있을까? 그렇지 않다. 우리 경남 지역에도 딴 곳에는 없는 유일한 유적지가 많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진해의 해군 유적이 아닐까 싶다. 매년 한 차례씩 군항제 기간 동안 개방하는 해군기지사령부에 들어가 본 사람들은 안다. 그곳에 오직 진해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볼거리들이 많다는 것을. 해군의 중심지로서의 역사적 유적 외에도 이승만 초대대통령 별장에서부터 러시아풍의 병원관사 등은 다른 곳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것들이다. 만일 해군과 협의가 잘 진행돼 이곳을 상시 개방할 수 있다면, 창원시의 다양한 관광 매력물로서뿐 아니라, 군에 대한 민간인의 인식을 고양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도 천안함 사건 등 안보교육장으로 부대 내부를 개방해 북한의 거짓을 국민들에게 생생하게 알리고 있다.

    이런 일은 일본에서도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 요코스카 군항 순례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크루즈를 타고 순례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 일본 자위대 해군의 많은 것을 직접 눈으로 보거나 체험할 수 있다. 구축함을 비롯해 이지스함, 잠수함, 관측함 등은 물론이고, 심지어 지뢰제거훈련을 하는 군인들이나 군함 건조도크까지 공개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런 일을 통해 군은 국방의지를 국민에게 알리고, 관련 지자체는 다른 곳에는 없는 독특한 관광 상품으로 소득을 올리고 있다. 미국의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도 세계인들에게 이미 유명한 관광지로 알려진 지 오래이다. 마침 내년이 국내 유일의 해군 유적지를 품은 창원방문의 해이다. 훼손과 화재 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궁궐 문을 연 문화재청처럼 해군도 그런 열린 마음으로 창원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비밀의 문을 열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최노석 (창원시관광진흥위원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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