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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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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193) 제21화 금반지 사월의 이야기 ⑨

“집 없어?”

  • 기사입력 : 2017-10-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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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는 다방에서 일이 늦게 끝나 집에 돌아왔다가 술에 취한 남자에게 얻어맞고 집을 나왔다. 그녀가 얼마나 얻어맞았는지 정신을 잃었을 정도였다.

    윤사월은 정신이 들자 집을 나왔다. 그녀는 갈 곳이 없었다. 다방에는 가고 싶지 않았다. 몇 번 남자 몰래 다방을 옮겨 보았으나 그는 용케 찾아와 더욱 난폭하게 그녀를 때렸다.

    윤사월은 거리를 무작정 돌아다니다가 돈이 떨어지자 구걸을 하기 시작했다. 남자가 찾아와 주먹으로 때릴까 봐 다방으로 가지 않았다. 멀리서 그 남자와 비슷한 사람만 보아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그녀는 몇 년 동안 거리에서 살았다.

    ‘폭력이 사람을 주눅 들게 하는구나.’

    서경숙은 탄식했다. 어느날 윤사월은 창신동 골목에 있었다. 한겨울이었다. 날씨는 살을 엘 듯이 추웠다. 그녀는 웅크리고 앉아 대문 옆에 있는 연탄불을 쬐다가 잠이 들었다. 잠을 자는데 너무 추웠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였다.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녀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부엌에는 연탄불로 인한 온기가 있었다. 그녀는 아궁이 앞에 쓰러져 잠을 잤다.

    아침에 부엌문을 열고 남자가 들어왔다. 그녀도 놀랐지만 남자도 놀란 것 같았다.

    “나가.”

    남자가 윤사월에게 사납게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춥고 배가 고파서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나가.”

    남자가 다시 말했다. 그의 눈이 더욱 사나워졌다.

    “추워.”

    여자가 몸을 떨면서 말했다.

    “나가라니까!”

    남자가 강제로 그를 끌어내려고 했다.

    “오빠.”

    윤사월이 끌려 나가지 않으려고 버티었다. 그때 남자가 흠칫했다.

    “오빠… 나 추워… 오빠… 나 배고파…….”

    윤사월은 노래를 하듯이 되뇌었다. 몇 년 동안 구걸을 하면서 다니다 보니 바보가 된 것 같았다. 머릿속이 항상 몽롱했다.

    “집 없어?”

    남자가 물었다. 윤사월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윤사월은 남자에게 얻어맞더라도 밥을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남자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표정이었다. 40대 중반의 사내였다.

    “배고파?”

    윤사월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남자가 윤사월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왔다. 방에는 작은 상이 하나 있고 몇 가지 반찬이 있었다. 남자가 아랫목 이불 속에 묻어두었던 밥을 꺼내 상 위에 올려놓았다.

    “먹어.”

    남자가 윤사월에게 말했다. 윤사월은 허겁지겁 밥을 먹었다. 이상하게 쉬지 않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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