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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대북특사 검토 필요 -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기사입력 : 2017-10-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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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 출범 5개월이 흐르고 있다. 북미간의 주고받는 말폭탄은 일촉즉발 상황을 연상케 한다. 한반도의 불확실성은 수출주도형의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준다.

    남북한은 대화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대화 접근 방식에 차이가 있다. 북측은 ‘선 북미대화, 후 남북대화’를 선호한다. 자신들이 강조하는 ‘우리 민족끼리’ 정신을 스스로 위배한다. 우리측은 한반도문제의 당사자 해결 원칙을 강조한다. 군사적 신뢰 구축으로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군비통제·비핵화 문제로 나아가는 단계적 전략을 선호한다. 당분간 남북관계의 교착상태와 한반도의 긴장고조는 지속될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30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6일 ‘평화로운 한반도’의 신베를린 구상을 발표했다. 세계 주요 20개국 국제기구인 G20 정상회의 기간 중국·러시아·일본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의 주도적 역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8·15 경축사에서 ‘한반도에서 전쟁만은 막겠다, 우리의 안보를 동맹에만 의존할 수 없다’면서 한반도 운명의 한국 결정을 역설했다.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 붕괴 불원, 흡수통일 불추진, 인위적 통일 불추구’의 3-NO 원칙을 밝히면서 한국이 나아갈 길은 평화와 번영임을 분명히 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7월 17일 남북군사당국회담·적십자회담을 제안했다. 북한은 지난 9년 동안 대남 불신의 골이 깊고 현안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선뜻 나서지 못한 듯하다. 한반도는 정전체제 상태이다. 불신과 오해는 언제든지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철학도 전략도 없는 북미간 최고지도자들의 겁쟁이 개임은 국민들의 희생만 강요한다. 경계태세 강화와 쉴 틈 없는 검열로 피로감이 누적된 남북한 초병들은 안전사고의 복병들이다. 우발적 총기 사고가 충돌로 이어지고 국지전으로 확산될 수 있다. 남북관계가 단절된 지 오래다. 대화의 틀도 없고 오고 가는 길목도 없다. 연락하는 통신 채널도 없다. 서해에서, 동해에서, 접경지대에서 우발적 충돌을 예방하거나 확전을 방지할 수단이 없다. 남북관계 복원의 시급성을 보여준다.

    남북대화 복원에는 상향식과 하향식이 있다. 상향식은 실무접촉, 고위급, 정상회담 등 대표급을 높여 가는 것이다. 시간이 소요되지만 결렬에 대한 위험 부담이 덜하다. 대화를 복원할 때 많이 사용하는 접근방법이다. 하향식은 정상회담, 고위급, 실무급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오랜 대립상태에서 대화로 전환하는데 많이 사용하는 접근방법이다. 최고지도자에 집중된 남북한의 권력구조에서 하향식이 효율적이다. 남북한은 지난 2000년 제1차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하향식을 경험했다. 2007년 제2차 정상회담까지 상향식도 경험했다. 현 단계 남북관계는 대화의 복원 차원에서 상향식이 현실적이다. 현안에 대한 입장 차이가 크고 당국간 불신의 골도 깊기 때문에 하향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 대북특사 파견은 상향식과 하향식의 절충형이다. 특사는 회담 대표가 아니다. 특사를 매개로 최고지도자간의 간접적인 의사소통이다.

    대북특사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과 대북정책을 정확히 이해하는 전문적인 식견을 갖추어야 한다. 여야와 우리 사회에서 신뢰받는 중량급 인사면 더 좋다. 준특사든 실무자든 북측과 의제·시기·방법·절차 등을 조율한 후 우리 정부가 먼저 공개적으로 대북특사를 파견하는 것이 순리적이다. 파견 시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이후 11월 하순이 적절하다. 너무 늦으면 평창 평화올림픽 개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북특사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번영 구상을 설명하고 북한의 대남정책 기조, 핵·미사일 전략, 북미관계 등에 대한 입장 파악이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하고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북한이 요구하는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 철회, 핵·미사일의 북미간 논의(남한 배제), 제재와 대화 병행 불가 등에 대한 정부의 입장 및 설득 논리를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북한의 특사 상호 교환방문으로 한반도의 비핵화·평화체제·평화통일이 진전되기를 기대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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