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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창원산단과 축적의 길 - 이명용 경제부 부장

  • 기사입력 : 2017-10-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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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산단의 문제점 중 하나로 중소기업의 기술력 부재를 꼽는다. 이는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협력업체로 대기업으로부터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가능한 수직계열의 구조에 따른 것이다. 글로벌 경쟁 심화에 따른 일거리의 감소로 중소기업들은 생존문제에 직면하게 됐지만 그동안 연구개발 등을 등한시하면서 이를 극복할 능력부족을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공대 교수들은 몇 년 전 펴낸 ‘축적의 시간’을 통해 이 문제를 ‘개념 설계의 역량’ 부족으로 진단한다. 개념설계란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해 제품을 생산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것의 부재를 한국의 성장동력 상실의 원인으로 지적하면서 이 능력을 갖추기 위해선 오랜기간 축적을 통한 경험지식, 즉 기술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축적의 시간’ 후속으로 올해 출간된 ‘축적의 길’에선 경험지식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지를 다루면서 △스케일업 △고수 키우기 △생산현장 확보를 그 방법으로 제시한다. 핵심으로 제시된 스케일업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혁신 또는 제품으로 완성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아이디어는 쉽게 낼 수 있지만, 그것을 혁신이나 제품으로 완성하기 위해서 고통스런 시행착오 과정을 버티는 과정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 성공한 기업들은 아이디어가 훌륭해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스케일업하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것.

    ▼현재 창원산단 위기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는 첫걸음은 결국 개별 기업들에서 시작된다. 무엇보다 대기업 보호막에서 벗어나도록 환경이 바뀌고 있다. CEO들이 급격히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스케일업 능력을 키우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그동안 우리의 벤치마킹 관행인 패스트 팔로워에서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하려는 퍼스트 무버로 전환하려는 자세와 일맥상통한다.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도전정신이 다시 필요할 때다. 이명용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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