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의자 - 김복근
- 기사입력 : 2017-10-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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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걸었으니
여기 좀
앉아 봐라
내려오는 길, 가늘게 비가 내리는데,
그립다 말도 못하고 눈물은 고이는데,
☞ 한 편의 시조를 통하여 가을을 만납니다. 더욱이 제목대로, 시인이 이끄는 의자에 앉고 싶어졌습니다. 그것도 가을이란 의자에 말입니다.
작품은 첫머리인 4음보로 구성된 초장부터 무작정 말을 건넵니다. 하지만 그냥 던지는 말 붙이기 아닙니다. 머리, 꼬리 다 뗀 말이지만, 고단한 삶을 살아온 우리에게 ‘내, 너 마음 다 안다’식의 한없이 다정하기만 합니다. 그리고는 한 박자 쉼을 주면서도 주절거리지 않고 중장, 종장으로 곧바로 절묘하게 넘어갑니다. 사회적 지위에서나, 젊은이에게 밀린 나이 앞의 서글픈 존재를 깨닫게 하면서 끝내는 그 시절들을, 그때의 사람들을 그리워하면서, 눈물 고이게 하는 가을 의자에다 우리를 앉히고 맙니다.
자, 지금부터 그대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가을 의자일지를! 이 가을에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정이경 시인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