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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향세 단상 - 최형두 (경남대 초빙교수)

  • 기사입력 : 2017-10-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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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명절을 앞두고 고향세 도입 소식을 듣고서 문득 고(故) 김열규 교수와 홈런타자 에릭 테임즈가 떠올랐다. 뜬금없는 연상이었지만 고향세의 성공은 결국 출향인들과의 네트워크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대도시 사람들이 고향의 지자체에 기부해서 세금환급도 받고 향토 발전에 도움도 줄 수 있는 ‘고향사랑기부제도(일명 고향세)’가 2019년부터 실시되면 어려운 지방재정에 큰 활력이 기대된다. 200만명 정도로 추산하는 경남도 출향민이 소득세의 10%를 기부한다면 경남의 시군 지자체에 연간 319억원의 국세가 이전되는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경남신문 9월 26일)

    일본 미야자키(宮崎)현 미야코노조(都城)시는 인구가 16만여명에 불과하지만 후루사토(고향)납세 제도를 통해 2015년에만 무려 42억엔(약 433억원)을 모았다고 한다. 일본 전역의 출향인사는 물론 이 도시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약 29만 건의 기부를 해온 덕분이다. 2008년부터 이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일본 전국 지자체에는 2015년 한 해 동안 1653억엔(약 1조7000억원)의 기부금을 받았다. 이 재원은 교육·육아·복지·환경 등 분야에 사용되었다. 일본에서 고향세가 도입된 이후 7년 만에 20배 증가했다고 한다.

    고향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기부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출향인들과의 네트워크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금전적인 기부를 넘어 출향인들의 재능과 지식을 고향으로 환류시킬 수 있으면 지역의 교육 문화 발전을 위한 더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 젊은 사람들이 오도록 하는 것과 함께 고향을 떠난 이들이 이모작 인생을 다시 고향에서 할 수 있도록 도우면 가능한 일이다.

    예컨대 한국학의 석학이었던 고 김열규 교수는 서강대 정년을 6년이나 앞둔 쉰아홉 때 부인과 함께 고향 고성으로 귀향했다. 2013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22년 동안 지역의 대학에서 가르치고 저술도 하며 고향사람들의 자부심을 높였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선진국에서는 은퇴하는 베이비부머 인구를 끌어들이기 위한 지역도시들의 관심이 대단하다. 미국에서는 ‘은퇴 후 살기 좋은 곳’ 순위가 매겨질 정도인데 선벨트라고 불리는 남쪽 지방이 많다. 아름다운 남쪽 바다가 있고 겨울에도 따뜻한 경남은 은퇴인구에게 매력적이다. 특히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쌓은 출향인들이 귀향한다면 지역에 새로운 활력이 살아날 것이다.

    에릭 테임즈는 창원 NC 다이노스에서 불과 3년 있었지만 미국에 돌아가서도 창원 경남사람과의 의리를 지키고 있다. 메이저리그 복귀 이후 뉴욕타임스가 한 면에 걸쳐 ‘에릭 테임즈는 누구인가 (Who is Eric Thames)’ 제목의 기사를 대서특필할 만큼 홈런타자로 이름을 날리면서도 밀워키 홈구장에서 NC 시절 응원가를 유행시켰다. 3년의 인연이 이럴진대 고향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고향에 대해 가지는 관심과 향수는 더욱 클 것이다. 고향세 도입을 계기로 경남의 지자체와 출향인들이 서로 고향을 발전시키는 네트워크 강화 방안을 다양하게 연구해 봐야 할 때다.

    최형두 (경남대 초빙교수·전 국회 대변인)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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