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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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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190) 제21화 금반지 사월의 이야기 ⑥

“오빠, 우리는 남매잖아?”

  • 기사입력 : 2017-10-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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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민우는 외출을 할 때면 사월이 반드시 자신의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게 했다.

    “나를 잃어버리면 나쁜 사람들에게 끌려가. 나를 꽉 잡아야 돼. 오팔팔에서 창녀 노릇하고 싶지 않으면….”

    황민우는 외출을 할 때 사월을 윽박질렀다. 사월은 언제나 황민우의 팔에 매달려 다녔다.

    “한잔 마셔라.”

    황민우가 하루는 사월을 술집에 데리고 갔다. 대학생들이 많이 다닌다는 술집이었다.

    “오빠, 술은 싫어.”

    사월은 얼굴을 찡그리면서 거절했다.

    “오빠가 주는 거니까 마셔. 재미없게 혼자 술을 마시냐?”

    “취하면 어떻게 해?”

    “술은 취하려고 마시는 거야. 오빠가 있는데 취하면 어때? 봐봐. 다른 여자들도 술을 마시잖아?”

    주위를 둘러보자 과연 대학생들로 보이는 여자들이 즐겁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 사월은 황민우가 계속 권하자 마지못해 술을 마셨다. 소주 세 잔을 마시자 머리가 어지러웠다. 집에 어떻게 돌아왔는지 알 수 없었다. 머리가 빙빙 도는 것 같았다.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사월은 누군가 자신의 옷을 벗기는 듯한 기분에 눈을 떴다.

    “누, 누구야?”

    사월이 눈을 뜨고 물었다. 누군가 그녀의 가슴에 올라와 짓누르고 있었다.

    “쉬잇!”

    “오빠?”

    “그래. 나야. 조용히 있어.”

    주인집 텔레비전에서 3선개헌 반대 목소리 높아져 운운하는 뉴스 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빠 왜 이래?”

    “왜 이러기는 네가 좋아서 이러지.”

    황민우가 그녀의 속옷을 벗기려고 했다.

    “오빠, 우리는 남매잖아?”

    사월은 황민우의 손을 차단했다.

    “우리는 피 한 방울 안 섞였어. 너는 윤씨고 나는 황씨야.”

    “그래도 안돼.”

    “니가 거절하면 나는 죽어버릴 거야.”

    “오빠.”

    사월은 눈을 감았다. 그의 손을 움켜쥐고 있던 손에 맥이 풀렸다.

    황민우가 죽겠다고 하는 바람에 거절할 수 없었다. 어쩌면 그녀의 몸속 깊은 곳에서 욕망이 끓어올랐는지도 몰랐다. 황민우는 순식간에 일을 치렀다.

    “미안하다.”

    황민우가 그녀의 가슴에 엎드려서 말했다. 사월은 무엇이라고 말을 할 수 없었다.

    사월은 방학이 끝난 뒤에도 충주로 내려가지 않았다. 황민우와 사월의 관계를 먼저 눈치챈 것은 황도주의 두 번째 첩이었다.

    “이 미친 것들이 짐승 같은 짓을 하고 있었던 거야? 어떻게 둘이 붙어 처먹어?”

    황도주의 둘째 첩이 사월의 머리채를 쥐고 흔들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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