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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2) 짐작손익(斟酌損益) - 손해가 되느냐 유익하냐를 헤아린다

  • 기사입력 : 2017-10-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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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66년 프랑스 군대가 강화도를 침략하여, 문화재를 약탈하기 위하여 백성들의 집을 뒤지니 집집마다 책이 가득 쌓여 있어 놀랐다고 한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고만 듣고 왔는데, 이렇게 책을 좋아하는 문화가 있는 나라인 것을 알고 놀랐다. 우리나라는 책을 좋아하는 나라고 학문을 좋아하는 나라였다.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책을 읽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한국 성인들은 평균 1년에 2권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한글전용정책이 큰 원인이다.

    1948년 정부에서 “모든 공문서는 한글로만 쓴다”라는 것이 주된 요지인 ‘한글전용법’을 제정했다.

    2005년에 이르러 다시 ‘국어기본법’을 제정하였다. 그 법률의 제3조에 ‘국어를 표기하는 우리의 고유문자’를 ‘한글’로 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한자는 외국 문자와 다를 바가 없어 국어를 표기하는 ‘국자(國字)’로서 인정받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2012년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 등의 단체에서, “한국어의 공용문자인 한자로 자신의 모국어를 표현할 수 있는 문자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2016년 헌법재판소에서는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글전용은 시대에 맞고, 모든 국민들을 편하게 해 주고, 애국적이다”라고 생각한다. 한글전용론자와 한자병용주의자들의 논쟁도 이제 서서히 끝나가고, 어느 새 한글전용이 되어 가고 있다. 교과서에 한자 한 자 안 나오고,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한자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자를 접할 기회가 없으니, 젊은 사람들은 더욱 한자를 모르고 싫어한다.

    과연 한자를 안 쓰면 편리할까? 한글로 표기해 놓으면 뜻을 모르면서도 읽을 수는 있으니, 자신이 뜻을 모르는 줄도 모른다. ‘주상복합(住商複合)’, ‘분식회계(粉飾會計)’ 등의 단어는 자주 쓰이지만, 주변의 사람들에게 뜻을 한번 물어보라. 대부분 모른다. 한글전용은 모든 국민의 문화수준을 하향조정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우리 말의 단어수가 점점 줄어들고, 정확하지 않은 표현을 멋대로 쓴다. 새로운 문명이 생김에 따라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영어나 외래어가 넘쳐난다.

    단어의 뜻을 알기 어려우니 책을 읽지 않는다. 고전은 더욱 멀리한다. 추석연휴에 100만 명 넘는 사람이 고향으로 가지 않고 해외로 간다는 것은 전통문화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한자 1800자만 알면 우리말 단어 10만 개는 배우지 않고도 알 수 있다.

    한글날을 맞이해서 한글전용의 폐해를 생각해 봤다.

    *斟 : 헤아릴 짐. *酌 : 헤아릴 작.

    *損 : 덜 손. *益 : 더할 익.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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