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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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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4차산업혁명 시대, 나의 일자리는 안전할까? ① 4차산업혁명이 불러온 일자리 논쟁

"510만개 사라질 것" … "새 일자리 많아진다" … "늘지도 줄지도 않을 것"

  • 기사입력 : 2017-10-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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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차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촛불대선 정국에서였다. 대선후보들이 앞다퉈 4차산업혁명으로 인해 펼쳐질 '새로운 시대'에 대해 역설하면서부터다. 소위 '4차산업혁명' 시대다. 이를 통해 생활의 편의가 획기적으로 증대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많다. 하지만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은 '기계가 인간보다 뛰어나다'는 두려움을 안겼고, 이는 일자리가 불안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이어졌다.

    우리는 인공지능과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것인가? 그리하여 모두가 실업자로 전락하고 말 것인가? 이에 5차례에 걸쳐 4차산업혁명이 불러올 일자리 변화에 대해 전망해보고자 한다. (1) 4차산업혁명이 불러온 일자리 논쟁, (2) 도내 기업의 4차산업혁명 준비 실태, (3) 독일 드레스덴(Dresden)과 인더스트리 4.0, (4) 4차산업혁명, 우리의 일자리 대응전략, (5) 미래 세대 일자리를 위한 제언을 통해 4차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실태와 이론적 전망을 통해 지역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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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창원지역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고객이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ICT기술이 적용된 터치스크린을 통해 주문과 계산을 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4차산업혁명의 개념

    ‘4차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은 지난해부터 급작스레 한국사회에 확산된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사실 이 개념은 혜성처럼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그 뿌리는 독일의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에 있다. 독일은 2011년부터 가속화 되는 공장 해외이전과 저출산 고령화 등이 불러온 제조업 쇠퇴를 타개할 방법을 스마트공장 (smart factory)에서 찾기 시작했다. 스마트공장은 센서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이 네트워크를 이뤄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스마트공장이 성과를 보이자 여기에 3D프린팅과 나노기술, 산업바이오 기술로 실험을 확대하는 ‘차세대 제조혁명’이라는 개념을 OECD가 제기했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드론, 무인자동차, 로봇공학, 생명공학 등의 기술로 외연을 확장시키면서 제조업뿐 아니라 의료, 금융, 유통 등 전 산업에 이 개념이 적용됐다.

    한마디로 4차산업혁명의 핵심개념은 ‘사물과 인터넷, 인공지능이 연결된 초지능화된 시스템’이다. 인간의 의도적 개입 없이 기계·설비들이 알아서 정보를 주고받으며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사이버시스템과 물리적시스템을 결합시키는 것. 바로 이러한 ‘융합’이 산업구조와 소비패턴 등 사회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는 함의를 4차산업혁명은 지니고 있다.



    ▲일자리가 사라진다?

    4차산업혁명이 불러온 가장 뜨거운 논쟁은 바로 ‘일자리’다. 인간의 의도적 개입이나 명령 없이 공정이 이뤄진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리고 이 논쟁의 근저에는 ‘로봇과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갈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논쟁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핀 것은 2016년 1월 28일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 15개국 37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수집한 2015~2020년 일자리에 대한 예측을 담았다. 보고서는 2020년까지 총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00만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생긴다고 예측했다. 산술적으로만 따져본다면 총 510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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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 가설

    인류가 로봇을 상대로 일자리 전쟁을 벌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장 대표적으로 대변하는 것이 로봇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한다는 ‘로봇 가설’이다.

    2016년 국내 산업용 로봇 판매 대수는 3만8285대로 전년대비 55%의 성장률을 보이며 승승장구 중이다.

    국제로봇연맹이 발표한 ‘전 세계 산업용 로봇 2016’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노동자 1만명당 제조업 로봇 대수가 가장 많은 나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이 심화될 때 부상하는 문제가 바로 ‘숙련공이 필요없는 공장’이 가능하게 된다는 점이다. 인간이 필수적이었던 작업공정을 로봇이 주도하고, 부수적인 공정에 비정규직을 투입하는 ‘숙련배제’ 형태가 한국 제조업 전반에 자리 잡을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국가·기업 간 치열해지는 경쟁 상황에서 로봇의 단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임금은 계속 올라간다면, 기업들이 인건비 절감과 생산성 개선을 위해 로봇과 인공지능의 도입 유혹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일자리는 늘어난다?

    그렇다고 비관론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증기기관 발명으로 촉발된 1차산업혁명, 대량 생산체계를 도입한 2차산업혁명, 컴퓨터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3차산업혁명을 지나오면서 지난 200년간 일자리는 꾸준히 늘어났고 다양해졌다는 사실이 비관론을 뒤집는 근거다. 즉,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사라지는 일자리에 비해 새롭게 생겨나는 일자리가 더 많다는 것.

    미래학자 피터 슈워츠는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비관론은 인류의 기술 도약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놓으며 “앞으로 수많은 신산업들이 생겨나 현재 존재하지 않는 다양한 직업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

    이는 농업인구는 줄었지만 기술발전으로 다양한 농기계들이 발명됐고, 이 장비들을 개발하고 수리하는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 농업인구가 산업인구로 이동한 원리와 같다. 일례로 국제무인시스템협회는 무인기의 상업적 이용 제한을 완전히 해제할 경우 3만4000개에 달하는 드론생산 관련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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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자리는 줄지도 늘지도 않는다?

    혹은 향후 10년간 이뤄질 기술발전이 노동시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오하이오 주립대 마이클 글래스먼 교수는 “분명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현재보다 더 많은 기능을 수행하겠지만 실제 적용될 기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사라지는 직업의 수는 실제보다 부풀려져 있다”고 지적한다.

    하나의 직업이라도 다양한 직무로 구성되어 있다면, 한 노동자가 수행하는 여러 직무 중 일부를 기기가 대체하고, 새 직무가 생성되어 일자리 소멸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전망도 있다.

    정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4차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기술변화가 일자리 총량에 미치는 영향은 ‘인공지능으로 대체·일자리 소멸’과 같은 극적인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며 “산업구조의 변화, 새로운 직종과 직무의 등장으로 노동 전반에 큰 변화는 일어나겠지만 일자리가 급격하게 감소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진단했다.



    ▲어떤 직업이 로봇으로 대체되기 쉬울까?

    4차산업혁명은 사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4차산업혁명을 핵심기술인 ICT기술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고속도로 통행료 징수를 하이패스나 무인결제기기가 대신하고, 마트 소액결제는 바코드를 인식하는 무인기에서 가능하며, 공항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통해 승무원을 접하지 않고도 탑승수속을 밟을 수 있다. 관공서에서 공무원과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각종 서류를 기기로 발급받을 수 있고, 패스트푸드점에서도 터치스크린을 통해 주문과 계산이 완료된다. 은행에 가지 않고도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비대면 접촉을 통해 은행업무를 본다. 이렇듯 ‘정형화된 일을 반복적으로 하는 직업’의 경우 상당 부분이 로봇이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노동연구원 김세움 연구원은 ‘기술진보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와 대응’이라는 자료에서 2015년부터 2020년 사이 동남권에서 1만9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고, 이 중 생산·제조업은 1만4000개, 사무·행정직 4600개, 건설·광업 1600개라고 진단했다. 또 지역별로는 경남 1만개, 부산 5000개, 울산 4000개 정도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만약 로봇이 점점 상용화 단계로 접어들고 이것이 임금인상이나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 채용을 기피하는 고용주의 욕구와 맞물릴 때 노동시장 개편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고용 안정화에 별다른 안전장치를 가지지 못한 한국사회는 다른 나라보다 더 큰 혼란을 맞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은 ‘일의 미래’라는 저서를 통해 “이미 한국 노동시장은 유연화되어 일자리 안정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기술변화로 맞게 될 일자리 충격 또한 어느 나라보다 클 것이다”고 전망했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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