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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KAI 회생 골든타임 놓칠라- 정오복(부국장대우·사천본부장)

  • 기사입력 : 2017-09-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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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방산비리 수사가 드디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KAI 공모 구매본부장이 공군 고등훈련기 T-50 등에 납품하는 장비 원가를 부풀린 혐의로 구속됐다. 전·현직 통틀어 임원급으로선 처음인 데다, 공 본부장은 하성용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어 하 전 대표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검찰의 KAI 수사는 갈지자 행보를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7월 14일 사천 KAI 본사와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할 당시만 해도 납품비리·원가 부풀리기 등 방산관련 의혹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슬그머니 분식회계 가능성을 제기하더니, 최근에는 이모 경영지원본부장의 채용비리 의혹을 흘리는 등 갈팡질팡했다. 심지어 수년 전부터 경영 비리로 재판을 받아오던 전 협력업체 D사의 H사장을 부정대출 혐의로 지난달 구속, 마치 KAI의 방산비리와 연관된 것으로 오인케 하는 꼼수(?)도 쓴 듯했다. 이러면서 목표를 정확히 겨냥해 포착하는 ‘핀 포인트식 수사’가 아닌 ‘전방위 먼지떨이’라는 비난까지 초래했다.

    이제 검찰이 수사의 터닝포인트를 찾았으니 더 이상 탓할 건 없고, 문제는 수사의 장기화로 인한 KAI의 10월 위기설이다. 해외 수주가 중단되고, 신용등급 하락이 예상되며, 추가 CP 발행도 쉽지 않다. 이렇듯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주가 하락까지 겹치다 보니 유동성 위기가 예상된다. 또한 KAI는 그룹 체제가 아니어서 자금조달에 한계가 있고, 경영난을 수습해야 할 사령탑마저 한 달 넘게 공석이다 보니 흑자도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KAI가 어떤 기업인가. IMF 외환위기에 대기업들이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투자 회수기간도 길다’며 항공산업을 외면할 때, 김대중 정부가 빅딜을 통해 삼성항공·대우중공업·현대우주항공을 합병, 탄생시킨 국내 유일의 항공기 제조업체다. KAI의 존재가치는 매출규모가 큰 기업 하나 정도로 설명할 수 없다. KAI의 위기는 국내 항공산업의 좌초이며, 나아가 대한민국 미래산업의 붕괴를 의미한다. 엄정 수사 요구와 함께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촉구하는 이유다.

    “한시라도 빨리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사장을 들여 비리를 뿌리 뽑고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야 한다”는 경제계, 지자체, 지역사회의 목소리가 높다. 반면 새 정부 주요 인사가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은 마당에 공기업도 아닌 KAI 사장 선임을 먼저 하기가 어렵다는 반론도 이해한다. 그러나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검증 논란 등 답보상태에 빠진 정부 인선을 잠시 미뤄두고 전향적인 선택을 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정오복 (부국장대우·사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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