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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앉은뱅이밀로 농가소득과 밀 자급률을 올리자- 김종덕(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회장)

  • 기사입력 : 2017-08-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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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토종 밀로 앉은뱅이밀이 있다. 다른 종류의 밀에 비해 키가 작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의 농학자들이 이 밀의 우수성을 알고 농림10호로 개량했다. 녹색혁명의 시기에는 미국의 농학자 노먼 블로거가 개량된 농림10호를 소노라 64호로 다시 개량해 전 세계에 보급했다. 노먼 블로거는 인류 식량증산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197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앉은뱅이밀은 이처럼 노벨평화상을 수상케 한 밀이지만, 이러한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해방 후 1970년대까지 미국의 원조물자로 미국산 밀이 대규모로 유입되었고, 1985년 이후 정부의 밀 수매중단과 밀 수입자유화 등이 이뤄지면서 농민들이 밀농사를 거의 짓지 않아 앉은뱅이밀도 멸종위기에 직면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3대째 100여년간 앉은뱅이밀 도정업에 전념한 경남 진주시 금곡면 소재 금곡정미소(대표 백관실)가 이를 지켜와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13년 기준 앉은뱅이밀의 생산량은 90t이었다. 하지만 사라져가는 종자와 음식을 지키는 프로젝트인 슬로푸드 맛의 범주에 앉은뱅이밀이 등재된 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소비자들의 관심과 수요도 크게 늘어 앉은뱅이밀의 생산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앉은뱅이밀 생산량은 300t을 넘었고,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앉은뱅이밀은 몇 가지 장점이 있다. 키가 작아 바람에 쓰러지지 않고, 병충해에 강해 무농약 또는 저농약으로도 많은 양을 수확할 수 있다. 또 일반 밀에 비해 껍질이 얇아 제분량이 많다. 일반 밀의 경우 단백질 함량이 12%인데 비해 앉은뱅이밀은 8.3%로 소화불량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다. 앉은뱅이밀은 다른 밀에 비해 글루텐 함량이 낮아 글루텐 과다 함량으로 생기는 문제를 피할 수 있다. 게다가 앉은뱅이밀로 만든 국수의 경우 다른 밀 국수에 비해 맛이 좋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앉은뱅이밀 전문국수점도 생기고 있을 정도다.

    앉은뱅이밀의 장점이 널리 알려지면서 앉은뱅이밀 제품은 가격이 비싼데도 제품이 모자라서 팔지 못할 정도다. 앉은뱅이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그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생산량을 크게 늘려도 판매에 어려움이 없으며, 때문에 농가의 농업소득을 올릴 수 있는 중요 작물이라 할 수 있다.

    앉은뱅이밀의 생산을 늘리는 것과 관련, 현안은 도정시설의 확충이다. 앉은뱅이밀의 경우 다른 밀에 비해 단단하지 않아 맷돌식 도정시설로 제분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앉은뱅이밀을 도정할 수 있는 곳은 진주 금곡정미소가 유일하다. 하지만 현재의 도정시설(맷돌식 도정기, 저장고, 건조기)은 연간 300t이 한계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앉은뱅이 밀이 생산될 경우 문제가 된다. 현재 진주에서 금곡정미소를 운영하면서 앉은뱅이밀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는 백관실 대표는 부족한 도정 시설 때문에 걱정하고 있지만, 시설을 확충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쌀 소비가 크게 줄어들고, 밀가루 소비가 늘어나는 가운데 현재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23%, 밀자급률은 고작 2%이다. 이러한 식량수급 사정에서 앉은뱅이밀 재배 확대는 농가의 농업소득 향상에 도움이 된다. 또 소비자에게 고품질의 밀가루와 제품을 공급하고, 밀 자급률을 끌어 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렇게 하려면 농민들이 이모작 작물로 앉은뱅이밀을 심도록 장려하고, 다른 한편으로 앉은뱅이밀을 도정할 수 있는 시설의 확충이 필요하다. 관계당국은 앉은뱅이밀에 관심을 갖고, 생산을 대폭 늘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종덕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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