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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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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전차 양산, 변속기 결함으로 8개월째 중단

변속기 내구성 시험 후 6차례 고장
S&T중공업 “내구도 국방규격 문제”
전력 공백·관련 업체들 피해 누적

  • 기사입력 : 2017-08-20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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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12월부터 본격 시작하기로 했던 국산 K2전차 양산이 8개월째 스톱됐다. 전차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파워팩 변속기가 문제를 일으켜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관련 업체의 피해와 전력공백이 확산되는 가운데 변속기 문제의 책임를 놓고 부품업체와 방사청 간에도 신경전이 심화되고 있다. 변속기 제작업체인 창원의 S&T중공업은 방위사업청이 내구도 시험기준을 너무 까다롭게 해 통과가 늦어지고 있다는 입장인 반면, 방사청은 S&T중공업이 기존 방산품도 변속기와 똑같은 방식으로 시험을 했기 때문에 이번만 문제를 삼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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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속기 결함 문제로 8개월째 양산이 지연되고 있는 K2전차./경남신문DB/


    ◆K2전차 파워팩 국산화 과정= 노무현 정부 당시 파워팩 국산화 결정을 내리면서 2005년 파워팩 국내 개발이 시작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계속 문제가 되면서 장착되지 못하고 있다. 파워팩은 엔진과 변속기가 결합한 K2전차의 핵심 부품이다. 엔진은 두산인프라코어, 변속기는 S&T중공업이 만들고 조립은 현대로템이 맡는다. 처음 개발이 시작된 이후에는 엔진에서 잇단 결함이 발생하면서 2012년 12월 1차 양산분 100대는 독일 MTU사 파워팩을 수입해 썼다.

    방사청은 2014년 12월 국산 파워팩을 개발 완료 후 이를 2차 양산분 106대에 장착하기로 한다. 당시 부품업체들에 ‘내구성’ 기준으로 320시간(9600㎞) 동안 결함 없이 작동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현대로템과 협력사들은 2015년 5월 양산품 제작에 착수한 이후 현재까지 개발을 차질없이 진행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파워팩 변속기가 계속 발목을 잡고 있다. S&T중공업이 지난해 1월 변속기 내구성 시험을 시작한 이후 여섯 차례 고장을 일으킨 끝에 올해 2월 시험이 중단되면서 양산일정에 또 다시 차질을 주고 있다.

    ◆S&T중공업 입장= 회사 측은 지난 7월 국산 변속기 최초생산품 내구도 시험에 대한 국방규격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재 국방 규격은 9600㎞ 내구도 시험 중 미션에 잔고장 등 어떠한 결함이라도 발생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험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S&T중공업은 “정부가 제시한 기준대로라면 내구도 시험을 무한 반복할 수밖에 없어 K2 전차 국산 변속기의 양산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내구성 이외 볼트 체결 등 미션의 모든 부분에 대해 잔고장이 없을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국자동차공학한림원, 서울대, 한양대, KIST, 경희대 등 학계와 연구기관에서도 현재의 국방규격으로는 시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방사청 입장= S&T중공업의 이같은 주장에 모순이 있다고 반박한다. S&T중공업이 기존에 생산·납품한 K9자주포 변속기와 K200A1장갑차의 경우도 동일한 내구도 시험을 맞췄다는 것이다. 이들 변속기 내구도 시험 당시 S&T중공업은 어떤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K2전차에 대해서만 반발하는 것은 품질결함을 인정하는 것이란 주장이다.

    또 S&T중공업이 애당초 국방규격 자체를 직접 제안해놓고 스스로 제출한 국방규격이 잘못됐다는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방규격서의 승인절차는 변속기 개발업체인 S&T중공업에서 방사청에 규격서를 제안하면 방사청과 국과연, 기품원 등 관련 기관이 이를 검토해 다시 방사청이 이를 승인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전력손실과 업체들 애로 호소= 변속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양산이 이뤄졌을 경우 지난해 12월 26대, 올 6월 10대 등 모두 36대가 전력화됐어야 한다. 결국 현재 K2전차 36대가 8개월 이상 전력손실로 이어지면서 국방 공백 우려를 낳고 있다.

    현대로템과 협력사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현대로템 창원공장에는 수십대의 전차가 변속기를 장착하지 못해 차체 생산을 마치고 대기 중인 상태다. 6월 기준 현대로템 협력사 119개사에서 보유한 재고물량은 1000억원에 달한다는 게 현대로템 측의 설명이다.

    일부 방산업체는 “S&T중공업의 주장대로 국방규격이 완화된 내구도 시험을 통과한 변속기가 야전부대에 납품될 경우 품질문제 발생이 반드시 일어난다”면서 “일단 독일제 파워팩으로 K2전차 전력을 완성하고 향후 품질을 높여 완벽한 국산화에 재도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명용 기자 my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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