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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천강대임(天降大任)- 이상권 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7-08-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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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맹자 고자장(告子章)에 하늘이 큰일을 맡기기 전에 5가지 역경과 시련을 부여한다고 했다. 첫째 마음과 뜻을 괴롭게 하고(苦其心之), 둘째 근육과 뼈를 깎는 고통을 주고(勞其筋骨), 셋째 몸을 굶주리게 하고(餓其體膚), 넷째 생활은 빈곤에 빠뜨리고(空乏其身), 다섯째 하는 일마다 어지럽게 한다(亂其所爲). 그러면서 ‘이는 마음을 흔들어 인내심을 길러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是故動心忍性 增益其所不能)’고 부연했다.

    ▼큰일을 무난히 감당할 기질과 능력을 갖추도록 하늘이 몸과 마음에 온갖 시련을 준다는 천강대임론(天降大任論)이다. 절해고도 유배지에서 권토중래를 꿈꾸던 조선 선비들이 벽에 걸어놓고 처절한 고통의 시간을 감내하며 마음을 다스렸던 글귀다. 65세에 시골 트랙터 공장 노동자로 몰락하는 등 세 번이나 권력에서 밀렸던 중국 근대화 기수 덩샤오핑(鄧小平)도 매일 이 글을 외우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매사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세상사다. 무한 인내를 강요하는 교과서적 가르침은 때론 자신을 더 나약한 존재로 전락시키기도 한다. 그렇지만 허무주의는 경계해야 할 가치다. 대표적 실존주의 철학자 니체는 운명은 인간에게 필연적이지만 수동적인 자세를 취해선 안 된다고 했다. 운명의 필연성을 받아들여 사랑할 때, 인간은 본래의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논지다. 이에 ‘아모르(amor) 파티(fati)’, 즉 운명애(運命愛)를 강조했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란 패배주의 용어가 회자되고 있다. 청년실업을 자조하는 데서 비롯해 현실의 모든 불만족을 아우르는 메시지가 됐다. 더할 수 없는 절망과 분노의 응어리다. 하지만 말이 현실이 된다. 모든 시련은 지나간다. 지금 최선으로 여기는 가치도 시간이 지나면 바뀌기 마련이다. 역경을 오히려 큰일(大任)을 능히 감당할 자성의 모티브로 삼은 선인의 지혜를 빌려볼 만하다. 골이 깊을수록 산은 높은 법이다.

    이상권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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