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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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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손으로 하는 취미

한 땀 한 땀 아름다움
한 획 한 획 멋스러움

  • 기사입력 : 2017-08-1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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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된 업무와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삶의 쉼표 하나쯤 찍을 수 있는 탈출구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막상 “어떤 취미를 갖고 있느냐”고 물으면 머뭇거리다가 “생각해 보니 취미 하나가 없네요”라며 머쓱한 표정을 짓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거창한 취미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최근 낙서나 장난쯤으로 평가받던 ‘손으로 하는 취미’가 인기를 끌고 있다.

    큰 노력 없어도 완성하기 쉬워 성취도가 높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데다 SNS에 뽐내기 좋다는 장점도 큰몫했다.

    일상에서 ‘손맛’을 제대로 낚을 수 있는 취미들을 소개한다.

    사부작대는 소소한 즐거움에 완성 후 느낄 수 있는 뿌듯함은 덤이다.

    정민주 기자


    캘리그래피

    개성 있는 글자체를 뜻하는 캘리그래피는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손글씨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면서 새로운 여가활동으로 떠올랐다.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캘리그래피는 손으로 하는 취미의 대표주자로 손꼽힌다. 여전히 드라마나 영화 제목은 물론 광고 문구, 상호, 제품명 등을 손글씨로 작업하는 것이 환영을 받으면서 관련 서적과 필기구가 불티나게 팔리고 손글씨 대회도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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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필사 열풍을 타고 좋은 시나 글귀, 종교적 가르침 등을 따라 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동안 필사는 작가 지망생들이 문장력을 늘리기 위해 고전이나 유명한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 썼는데, 최근 출간되는 필사나 캘리그래피책에는 짧은 문장이나 단어를 반복적으로 따라 쓸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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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전 캘리그래피를 취미로 배우기 시작한 이예지(31)씨는 올봄 캘리그래피 공방을 차렸다. 이씨는 “가장 느린 독서가 필사라는 말이 있듯이 글쓰기를 통해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캘리그래피의 매력”이라며 “붓과 먹 대신 일상생활에서 캘리그래피를 활용하기 쉬운 붓펜이나 딥펜을 이용한 수업 커리큘럼이 수강생들에게 인기다”고 말했다. 이씨는 “집에서 독학으로 습득할 수 있지만 선이나 간격 등을 전문적으로 배우면 본인만의 글씨체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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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캘리그래피는 기본적으로 펜과 종이만 있으면 취미활동을 할 수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입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수채화와 접목하거나 포토샵을 통해 아트상품도 만들 수 있어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프랑스 자수


    중년 여성들의 전유물로 느껴지던 자수가 트렌디한 옷을 입고 젊어졌다. 아기자기하고 색감이 화려한 프랑스자수 덕이다. 십자수나 야생화자수보다 색깔과 기법이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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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살 아이 엄마인 도혜정(36)씨는 간호사로 일하다 결혼 후 임신과 출산,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 이후 무기력함과 우울증이 생겼는데 최근 새로운 취미활동으로 활력소를 찾게 됐다. 도씨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나서 프랑스자수를 하는데, 육아용품을 만들거나 실생활에 응용 가능한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 좋다. 취미를 공유하는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인데, 자수기법을 공유하는 건 기본이고 육아 노하우를 배우거나 수다 떨며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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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수테라피’(자수를 통해 휴식과 위로를 얻는 것), ‘자스타그램’(자수 작품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 등 신조어가 생길 만큼 프랑스자수가 인기를 끌면서 프랑스자수 기초, 도안을 알려주는 책도 크게 늘었다. 자수 관련 국내 출간 서적은 2013년 20권도 채 안 됐는데 일 년 만에 5배를 훌쩍 넘겼다. 펠트공예, 야생화자수, 동양자수, 꽃자수 등 관련도서가 취미 부문 베스트셀러에 여러 권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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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자수의 기법이 다양하지만 10번 정도 수업을 들으면 기초 스티치 20여 개를 익힐 수 있어 웬만한 작품에 자신의 스타일로 응용이 가능하다. 원목 수틀과 자수용 바늘, 울실용 바늘, 자수용 실, 울실, 자수용 펜, 쪽가위, 자수용 원단만 있으면 자수를 놓을 수 있는데, 한국자수보다 원단을 구하기가 쉽고 비용이 저렴한 편이다. 십자수용 실을 사용할 수 있어 십자수 취미를 위해 실을 구매했다가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도전해 봐도 좋다.



    인형 손뜨개

    뜨개질 하면 스웨터나 코바늘 등을 떠올리기 쉽지만 최근엔 인형 뜨개질이 대세가 됐다. 실이 주는 따뜻하고 폭신한 느낌에 깜찍한 디자인, 알록달록한 색감이 더해져 ‘손뜨개 인형’은 태교와 힐링을 찾는 이들에게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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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손뜨개 인형을 만드는 취미를 갖게 된 한옥희(32)씨는 “가끔 복잡한 생각이 들어 마음이 심란할 때면 바늘을 잡는다. 다 큰 어른이 인형을 만든다고 의아해할 수 있지만 꼼지락꼼지락 손끝에서 시작해서 완성되는 ‘손맛’에 성취감과 위로를 얻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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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초 재료는 실, 바늘, 돗바늘, 가위, 솜 등으로, 처음엔 사슬뜨기, 짧은뜨기, 짧은뜨기 코늘리기, 짧은뜨기 코줄이기, 빼뜨기까지 5가지 기본 기법을 배운다. 5가지 기법을 익히면 웬만한 인형은 다 만들 수 있다. 뜨개질이 끝났다고 방심하면 금물. 머리와 몸통, 팔, 다리 등을 따로 만든 뒤 감침질로 정성껏 연결하는 작업이 남아 있다. 특히 눈, 코, 입 등 얼굴 표정을 섬세하게 덧입히면 한결 더 예쁘게 완성할 수 있다.


    보태니컬 아트


    눈을 시원하게 하는 ‘보태니컬 아트(Botanical Art)’는 식물 일러스트레이션, 꽃 드로잉, 식물 세밀화 등을 뜻한다. 식물이나 꽃을 세밀히 관찰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묘사하는데, 그리는 이의 감성과 상상력을 더해 표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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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정은 어렵지 않다. 스케치북에 구도한 꽃을 스케치한 후 제도용 패드지에 옮겨 색연필이나 수채물감을 사용해 다양한 식물을 그리면 된다. 4B연필과 지우개, 스케치북, 수채색연필 등이 필요하고 기초선 잡기와 구도 잡기 등의 수업을 진행한다.

    창원시 의창구 북면에서 황금나무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이미정(34)씨는 얼마 전 보태니컬 열대식물 캔버스 일러스트 원데이클래스를 열었다. 수강생 대다수가 미술 전공자가 아니어서 식물의 낯선 모습과 오랜만에 잡는 미술도구로 처음엔 어려워했지만 3시간 정도 수업을 들으면 쉽게 완성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보태니컬 아트 취미는 일상에서 식물을 대할 때 관찰력이 좋아지고, 채색하는 동안 몰입할 수 있어 정서적으로 풍요롭고 힐링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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