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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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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바닷길 안전 지킴이, 마산항 해상교통관제서비스- 안병일(남해지방해양경찰청 마산항 해상교통관제센터장)

  • 기사입력 : 2017-08-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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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인들은 ‘여름 바다’ 하면 어떤 생각을 떠올릴까. 긴 백사장에 파라솔, 해수욕을 즐기는 인파, 유람선을 타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섬으로 향하는 피서객이 눈앞에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해상교통관제사의 ‘바다’는 다르다. 바닷길을 이용하는 선박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제사의 하루는 매일 아침 8시 30분, 전날 야간에 발생한 상황과 해상교통 현황에 대한 인수인계를 시작으로 일평균 200여 척의 입출항 선박과 일일 900여 건의 교신량을 처리하기 위해 눈과 귀와 손이 바빠진다. 마산항에는 올해 상반기 3400여 척의 선박이 입·출항했다. 관제사는 이들 선박의 해상교통 상황을 전자해도와 레이더 시스템 등을 이용해 항로이탈이나 위험구역 진입, 또는 충돌 위험이 있는 선박에게 항해정보 제공과 지시를 한다. 원활한 해상교통 흐름과 해양사고 예방을 위해서다.

    우리 센터 관할구역은 국가관리항인 마산항, 경남 지방관리항 6개소(진해, 고현, 옥포, 장승포, 통영, 삼천포)를 포함한 해역으로 그 면적이 마산과 진해를 합친 육상면적과 비슷하다. 또 대형 조선소와 LNG기지, 원유기지 등 국가 중요시설이 해안가에 위치해 통항량이 많다.

    지난 6월에는 삼성중공업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50만t급 FLNG선(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시추 및 가공선박)을 건조해 출항시켰는데, 9척의 예인선과 인근을 항해하는 여러 선박을 한꺼번에 관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레이더와 CCTV 등 관제장비를 동원한 끝에 안전하게 출항시켜 해상교통관제사의 역할을 무사히 수행한 바 있다.

    관할 구역 중 진해만은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를 막아주는 지형적 특성 덕분에 천혜의 방파제로 인식되고, 태풍 내습 시에는 최고의 피항지로 수많은 선박이 진해만에 모이게 돼 관제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태풍이 불어올 무렵이면 진해만과 인근 항만은 선박으로 가득 차게 되고 우리 센터는 관제석과 모니터 수를 2배로 늘려 2개조 2교대로 근무인원을 추가 편성하는 비상체제로 운영된다.

    지난해 10월 태풍 ‘차바’가 내습하였을 때는 진해만이 250여 척의 피항 선박으로 가득 찼다. 이날 태풍의 강도가 초속 35m로 최고조에 이를 무렵, 대형선박 한 척이 버티지 못하고 닻이 끌리면서 바람에 밀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닻끌림이 발생한 선박에는 항해가 가능한 선원도 없었다. 경비함정과 예인선도 강풍과 높은 파도에 막혀 지원이 불가능한 급박한 상황 속에서 관제사들이 진가를 발휘했다. 관제시스템과 통신장비를 모두 가동해 강풍에 밀리는 경로와 가까운 선박 18척을 안전한 해역으로 이동시키고, 거센 파도와 바람을 간신히 버티고 있는 나머지 200여 척의 안전상태도 꼼꼼히 살펴야 했다. 두 시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관제사들은 그 시간에 모든 노력과 집중을 다해 안전을 지켰다.

    바다에서 관제사는 선박의 눈과 귀 역할을 한다. 선박에서 미처 보지 못한 위험상황을 발견해 조치하거나 사고 예방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조난신호를 처리하기도 한다.

    해상에서 안전관리가 선행되지 않으면 해상교통의 질서유지가 어려워지고 항만운영의 효율성도 떨어지게 된다. 대형 화물선의 충돌, 좌초, 화재와 같은 사고가 해양생태계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바다 환경을 지키고, 바다에서의 경제·활동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기초는 바로 ‘해상교통관제’를 철저히 해 바다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안병일 (남해지방해양경찰청 마산항 해상교통관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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