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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폭염 피해예방을 위한 지혜를 찾아- 김진홍(인제대 스포츠헬스케어 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7-08-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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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전역에 찜통더위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일 지속되고 있다. 지리산 계곡에 물이 마를 정도로 올여름 강우량이 적은 경남과 남부지방은 더욱 심하다. 태풍 노루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지난 5일 창녕의 기온이 39.4도까지 치솟아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이쯤 되면 노인들은 물론 젊은이도 견디기 힘들다. 열에 의한 과도한 혈관 확장과 순환계의 불안정성에 따른 현기증 등 열실신의 유발은 65세 이상의 노인층에서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 기상관측 사상 1994년은 3484명이 폭염으로 사망한 기록이 있다. 2013년엔 5개 시도 705곳의 농가 가축 폐사로 심각한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기상재해 중 폭염이 가장 인명피해가 많다는 것은 공론화된 사실이다. 최근 ‘Lancet Planetary Health’ 학술지에서는 2100년 유럽에 닥칠 더 큰 기상재앙을 예고했다. 폭염이 기상재해이긴 하나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속기간의 차이일 뿐 매년 반복되는 현상이다. 충분히 예상되는 자연재해는 천재가 아닌 인재로 다루어 대비해야 할 시점이 도래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경남의 구급상황관리센터(119)에 온열질환자 발생 신고건수가 102회였다. 98명은 병원에 이송되고 나머지는 현장 처치됐다고 한다. 환자 발생 장소는 논밭, 공사장과 같은 실외가 대부분이지만 실내 환자의 경우도 실외활동의 원인에서 비롯되었다. 두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곳도 밭과 공사장이었다. 대부분 노약자나 취약계층에서 일어난 피해였다. 국민안전처에서 각종 재해 특보를 모바일을 통해 실시간 알리지만 노년층엔 익숙지 않다.

    폭염으로 인한 인명 및 재산 피해의 정확한 조사로 미래를 예측하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와 대책을 세울 수 있는 통계자료가 충분하지 못한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적절한 대비가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변명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정부와 지자체는 매년 반복되는 폭염으로 인한 인명, 재산 피해 조사 자료와 함께 대비책을 내놓고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옳겠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식 대응을 지양하고 자료를 바탕으로 철저한 선진국형 재해예방시스템을 갖출 때가 도래했다.

    선진국에서는 폭염 등으로 인한 인명피해 후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들여다볼 필요도 있다. 1995년 미국 시카고시에서 2주일 동안 무려 465명이 사망했던 경우와 2003년 유럽을 강타한 폭염으로 1만5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던 프랑스(주변국을 포함하면 7만에 육박)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들 사망자 대부분은 노약자이거나 사회적 취약계층이었다. 사망률은 폭염이 없을 때보다 29도 이상의 날씨가 1~2일 지속될 때 8.4%에서, 3일 이상 지속될 땐 무려 13.5%까지 증가한다는 ‘기온과 사망자 증가율 상관관계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근본적 대책은 아니지만 서울 강남의 ‘서리풀(서초의 옛 지명) 원두막’이란 파라솔에 지역주민들이 호응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차도를 건너기 위해 신호 대기 중인 사람들을 위해 일명 교통섬에 설치한 파라솔로, 120여 개 중 54개는 기업의 기부로 설치되었다. 때맞춰 경남도의 지난 5월 폭염종합대책으로 노인회관, 주민센터 등 도내 쉼터 5448개소와 1만4465명의 재난 도우미를 통한 노인 취약계층 특별관리 계획 수립은 매우 적절한 조치다. 또한 긴급 재난안전특별교부세(2억원)를 18개 시군구에 지원해서 김해(8곳)와 양산(5곳) 등에 설치된 그늘막은 개수는 적지만 시민건강 행정의 출발로 의미는 컸다. 이와 함께 도로 위 살수, 건물 지붕의 쿨루프 설치, 공원의 쿨링포그(인공안개)도 폭염엔 도움이 된다. 그리고 앞으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김진홍 (인제대 스포츠헬스케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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