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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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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누워있다면, 체위 자주 바꿔주세요

경계 0순위 ‘욕창’과 전쟁
빨갛게 된 부위 안없어지고 물집 생기면 의심
와병기간이 길어질수록 위험도 높아져

  • 기사입력 : 2017-08-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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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성기와 만성기 병원에서 장기간 입원해 있는 노인이나 중증 와상환자에게 가장 위험한 것이 욕창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침상에 누워 지내는 어르신에게 욕창이 생길 위험이 약 38%라고 하며, 와병기간이 길어질수록 욕창의 위험도는 높아진다. 한 번 발생한 욕창은 매우 빠른 속도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단순한 피부괴사를 넘어 생명까지 위협하기도 한다. 실제로 장기입원 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의 경우 욕창 발생을 경계 0순위로 꼽고 많은 환자들이 ‘욕창과의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욕창은 우리 몸의 어느 부위든 뼈의 돌출부와 표피 사이의 조직이 지속적인 또는 반복적인 압박이나 쓸림에 의해서 발생하는 모든 병변을 의미하는데, 주로 오랜 압박에 의한 국소부위의 혈액순환 장애로 조직이 괴사되어 발생한 조직결손, 즉 궤양을 욕창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주로 누워 계시는 환자들에게 많이 발생해 욕창이라고 했는데, 나타나는 증상이 공통적으로 압박이 중요한 원인이기 때문에 압박궤양이라고도 부른다. 욕창은 환자 본인에게는 신체적 고통과 보이는 상처로 인한 정신적 충격을 주게 되고,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에게도 많은 정신적인 부담을 주는 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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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부 위에서 쓸리는 힘이 발생하면 뼈를 덮고 있는 피부가 뼈 위에서 미끄러지게 되는데, 이때 근육을 덮고 있는 근막 사이의 당기는 힘으로 인해서 작은 혈관들이 접히고, 당겨지거나 찢어져 혈액 공급에 문제가 생기게 되어 궤양이 발생하고, 이런 궤양에 세균이 자라 감염될 경우 궤양은 악화된다. 실제 환자를 침대에서 이동시키기 위해 침상 머리 쪽을 조금만 올려도 천골부위, 즉 엉치뼈 위의 피부가 미끄러져 천골 부위의 얕은 근막과 깊은 근막 사이에 혈류 장애가 초래되어 조직 손상이 일어난다.

    욕창이 발생되는 과정은 처음에는 피부가 압박에 의해 조직에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게 되면 피부가 빨갛게 되는데 압력이 해소되면 바로 원상태로 회복되지만 압력이 지속되고 반복되면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겨 조직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초래된다. 그러면 피부조직에 물집이 생기고 벗겨지고, 피부 밑 지방이 괴사되어 딱딱해지며, 가느다란 혈관은 혈전증으로 막히게 된다. 죽은 피부는 딱딱해지고 검은색의 괴사딱지, 즉 가피로 변하게 되고, 근육세포 또한 괴사가 진행된다. 괴사된 조직이 떨어져 나가면 그 자리가 큰 궤양 형태가 되는데 궤양의 얕은 층보다 깊은 층이 더 널찍해 마치 주머니 모양이 된다.

    욕창이 잘 생기는 부위로는 주로 골격이 돌출된 곳, 즉 똑바로 누웠을 때 바닥에 맞닿아 있는 부위인 엉치뼈나 의자에 앉을 때 닿는 부분인 궁둥뼈, 또 옆으로 누웠을 때 바닥에 닿는 부분인 대퇴돌기, 그리고 발꿈치나 발목 복숭아뼈 등이지만 연조직으로 둘러싸인 코나 눈 주위, 피부끼리 맞닿는 귀 뒷부분이나 사타구니 등 어느 부위라도 생길 수가 있다.

    앞서 말했듯이 욕창은 단순히 피부 괴사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으며 욕창으로 인해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가장 흔한 케이스는 감염과 관련된 것인데, 욕창 부위에 세균들이 번식해서 국소 감염이 생기고 욕창이 더 악화된다거나 진피와 피하조직에 생기는 급성 세균 감염증인 봉와직염 및 뼈에 세균이 감염된 골수염 등이 올 수 있으며 골수염이 심할 경우 수술적으로 뼈의 감염 부위를 긁어내거나 절단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또 세균이 피를 통해 온 몸으로 퍼져 나가는 패혈증까지 진행할 수 있어 심한 경우 생명을 잃을 수 있다.

    욕창 합병증에 관한 사례로 영화 ‘슈퍼맨’의 주연으로 유명했던 미국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를 들 수 있다. 그는 1995년 승마를 하다가 떨어져 경추 척수 손상으로 인한 사지마비 환자가 되었다. 이후 열심히 재활을 하고 각고의 노력을 거쳐 영화감독도 하고 드라마 출연도 했지만 2004년 돌연 사망했는데 그 원인이 바로 욕창이다. 욕창이 악화돼서 심각한 감염이 생기고 복합 감염으로 번져서 결국 사망까지 이르렀다고 하니,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알 수 있다.

    욕창은 예방 및 조기 발견이 중요한데, 먼저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욕창이 발생하기 쉬운 노인환자, 뇌졸중, 척수손상환자 및 만성질환 환자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압박이 가해지는 부위를 잘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부위에 피부가 빨갛게 되어 있는 것이 압력을 제거해도 없어지지 않거나 물집이 생기고 벗겨지거나 괴사된 피부가 있거나 궤양이 있으면 욕창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1기 욕창을 빨리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데 홍반만 있기 때문에 병변을 간과하고 넘어가기가 쉬워 병변이 악화된 이후에 발견하게 될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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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창 예방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압박 제거다. 구체적으로는 압력 분산을 위한 체위 변경과 쿠션의 사용인데,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는 베개나 기타 부드러운 도구를 사용해 뼈 돌출부에 압력이 직접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침상에 누워있는 환자는 자세 바꾸기를 최소한 2시간마다 해야 한다. 또한 압력을 감소시키는 매트리스나 매트리스깔개를 사용하는 것이 좋고 침대머리는 30도 이상 높이지 않는 것이 좋다. 휠체어나 의자에 앉아 있는 환자는 자세 바꾸기를 최소 30분마다 한 번씩 해야 하고, 압력을 감소시키는 패드나 쿠션을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발뒤꿈치는 완전히 떨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환자가 앉아 있을 때는 쓸리는 힘을 줄이기 위해 비스듬히 앉는 것보다는 의자 면에 수직으로 앉는 것이 좋다. 또한 가능한 한 비틀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자세를 유지하고, 환자를 옮기거나 자세 바꾸기를 할 경우에 환자를 끌지 말고 들어서 옮겨야 한다.

    이 외에도 피부를 매일 관찰하고 순한 비누를 사용해 정기적으로 씻기고 잘 말려야 한다. 건조한 피부에는 보습제를 사용하고, 땀이나 소변 등으로 인해 피부가 축축해지는 것을 방지해 피부가 손상을 받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뼈 돌출부위 마사지는 심부조직에 손상을 주어 오히려 욕창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시행하지 않는 것이 좋다.

    환자의 영양 상태도 욕창의 예방과 치료 과정에 있어서 중요하다. 심한 상처를 가진 환자는 건강한 성인의 3~4배에 달하는 단백질(135g/일)이 필요하며 고칼로리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욕창 예방에는 적절한 칼로리와 영양소, 비타민, 미네랄, 수분 등을 공급해 좋은 영양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준희 기자·도움말 : 희연 호스피스클리닉 원장 이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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