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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크레인 사고 예방, 치즈 모델로 접근해야- 유홍종(안전보건공단 경남지사 차장)

  • 기사입력 : 2017-08-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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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1일은 온 국민이 슬픔에 잠긴 근로자의 날로 기억할 것이며, 직접 사고현장을 조사한 공단 직원으로서 마음이 너무 무겁고 부끄러운 날이었다. 거제에 있는 대형조선소에 설치돼 운영 중인 800t급 골리앗 크레인과 32t급 지브형 타워 크레인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6명이 숨지고 25명이 중경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지난 2년간 위험한 크레인에 기인해 32명의 근로자가 숨지고 60여 명이 크게 다쳤다. 크레인으로 인한 사고가 빈발하는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해 시스템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실효성 있는 산업재해 예방은 스위스 치즈 모델을 응용해 시스템적으로 접근해야 가능할 것이다. 이 모델은 휴먼 에러 이론의 대가인 영국 맨체스터대학교의 리즌(James T. Reason) 교수가 사고 발생 과정을 치즈에 빗대 구멍이 뚫려 있는 스위스 치즈이지만, 아무리 구멍이 많아도 여러 장 겹치면 구멍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크레인 사고를 스위스 치즈 모델로 접근해 분석해 보면 스위스 치즈의 구멍에 해당하는 위험성을 차단하기 위해 ①복수의 신호수 배치 ②골리앗 크레인이나 지브 크레인 운전자 전방 주시 의무 ③위험경보 시스템 ④작업을 지휘하는 관리감독자 배치 ⑤작업 안전표준 매뉴얼 ⑥근로자들의 안전보건수칙 준수 등이 있었을 것이다.

    만약 위에 열거된 위험성(구멍)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라도 적절하게 작동했다면 이번 대형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복수의 신호수를 배치했지만 신호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고, 운전자들도 전방 주시 및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는 시뮬레이션에서도, 근로자들이 크레인 작업 중 위험반경 내에 없었다면 이번처럼 많은 근로자가 목숨을 잃거나 다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산업재해 예방은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분석해 스위스 치즈 모델로 접근해야 한다.

    첫째 최근 자율주행 차량에 적용되는 최첨단 인공지능 기술을 크레인 등 위험기계·기구 설계단계에서 적용(베타설계)해 크레인이 부딪치거나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운행이 자동으로 정지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둘째 기계는 고장이 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개의 위험성(구멍)을 막을 수 있도록 경험이 많은 신호수 배치 및 운전자의 전방 주시를 방해하는 시설물 제거와 현장과 장비에 적절한 경보장치 설치 등 다양한 휴먼 에러를 예방할 수 있는 실효성과 현실성 있는 복수의 대안을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 정부 및 재해예방 전문기관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스위스 치즈의 구멍(위험성)은 모두 막혀 참사가 재발되지 않을 것이다.

    유홍종 (안전보건공단 경남지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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