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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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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사격선수 진종오- 황일숙(세무법인 형설 창원지점 대표)

  • 기사입력 : 2017-08-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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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8월은 창원에서 제52회 세계사격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날이다.

    나는 사격선수에 대해서는 잘 모르나 진종오라는 선수는 작은 인연으로 인해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1999년 늦은 봄으로 기억한다. 당시 나는 마산의 K대학교에서 회계학 강의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강의를 마치고 경영대학 건물 앞을 걸어 내려오고 있었는데, 그때 예의바르고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학생 한 명이 내 앞에 쪼르르 달려왔다.

    그는 공손한 자세로 인사를 하며 “교수님 수업에 자주 못 들어와서 죄송합니다”고 했다. 세태가 각박하게 바뀐 요즘에도 이런 학생이 있다니 하는 생각에 나는 속으로 약간 놀라워하며 어느 학과 학생이냐고 물었더니 “체육학과 진종오입니다”라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나는 다시 무슨 운동을 하느냐고 묻자 사격선수라고 했다. 그럼 체육특기자 학생인데 일반학생들도 어렵다고 기피하는 회계학 수업을 들으려 했다니, 게다가 수업 참석을 자주 못해서 미안하다는 인사까지 하다니, “참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청년이네”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체육학과 학생이 회계학을 공부하려고 하는 것을 보니 운동도 꽤 열심히 할 것으로 여겨졌다.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어 “사격은 매우 섬세한 운동이니 사격할 때는 항상 무심의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말을 해주고 나서 저런 학생이면 뛰어난 사격 선수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세월이 흐른 후 종오의 행적은 내가 예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50m 금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50m와 10m 금메달, 2016년 리우 올림픽 50m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세계적인 선수가 되었다. 얼마 전 신문 속의 ‘올림픽서 주종목 잃은 진종오’라는 스포츠 면의 기사는 나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종오의 질주를 막으려는 국제사격연맹의 처사에 입맛이 쓰다. 하지만 그만큼 종오가 단거리 사격 종목의 최강자가 되어 있어서가 아닐까?

    2018년 8월 창원에서 우리의 진종오가 다시 한 번 금메달을 거머쥐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 본다.

    황일숙 (세무법인 형설 창원지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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