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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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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그래도 한 우물을 파라- 양영석(문화체육부장)

  • 기사입력 : 2017-08-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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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단골이었던 식당에 오랜만에 가보니 메뉴 종류가 늘었다. 식당 메뉴가 늘었다는 것은 장사가 안 된다는 방증이다. 재료 질 저하, 주방장 교체 등 어떤 이유로 음식 맛이 예전만 못하게 되면 손님이 줄어들게 되고 이를 만회하려 이런저런 시도 끝에 메뉴를 늘렸을 것이다. 그것이 음식 맛을 더 좋게 하는 것보다 쉬운 방법이었으리라.

    하지만 대체로 메뉴가 늘다 보면 어느 한 가지도 매진할 수 없게 돼 기존 메뉴는 점점 더 맛이 없어지고 새 메뉴는 평범한 수준 이상 되기 어려워 손님의 발길은 더 줄어들기 마련이다.

    입소문이 자자한 대박집의 메뉴는 한두 가지가 전부다. 그것들은 주인장이 수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공을 들여 탄생시킨 메뉴다. 손님이 줄어드는 경우에도 메뉴 종류를 추가하기보다 레시피를 업그레이드하는데 힘을 쏟는다. 결국 그 메뉴에는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비법이 담겨져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스포츠 스타의 경우도 외도해서 성공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농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인 마이클 조던은 지난 1993년 아버지가 괴한으로부터 피살당한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정든 농구 코트를 떠났다. 돌연 야구로 전업한 조던은 그러나 마이너리그인 더블A에서도 평범한 성적을 남겼다. 제 아무리 ‘농구황제’라도 운동 메커니즘이 다른 종목에선 평범한 선수에 지나지 않았다.

    디지털·지식정보시대를 맞아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변화의 핵심을 알고 그러한 변화에 대처해 나가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성공 또는 생존을 위해서는 보다 효과적이고 능동적으로 자신을 변화시키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하지만 이것저것 하지 말고 한 가지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재능이 없는 일을 잘해보려 죽어라 애쓰는 사람들을 간혹 보게 되는데,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을 좀처럼 보지 못했다.

    공무원사회에는 순환보직 관행이 뿌리 깊이 자리하고 있다. 특정 부서에 오래 근무해 여러 부서를 두루두루 거친 경험이 부족할 경우 상위 계급으로의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잦은 전보로 인해 공무원의 전문성이 결여되고 업무 인수인계, 업무 파악 등의 사유로 문제 해결을 지연시켜 행정서비스의 질과 시민 만족도를 저하시키는 원인이 됐다. 장기적 안목으로 일하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 특정 보직을 맡고 있는 1~2년 내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먼 미래의 문제보다는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일에 매달리는 부작용이 초래되기도 했다.

    이에 인사처에서 산업통산자원부 국제통상 분야, 환경부 환경보건·대기환경분야, 통일부 남북회담 분야, 국민안전처 재난관리 분야 등 부처별로 평생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을 공무원을 양성하는 전문직 공무원 제도를 시범 도입했는데 잘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가장 효율적인 일을 선택해 그것에 집중하거나 자신의 강점을 갈고닦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장인(匠人)은 오랜 경험과 숙련 끝에 탄생되고, 신기술은 장시간 노력과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진다.

    단 한 우물을 파되 우물 안 개구리는 되지 않도록 자신과 거리가 있는 분야에도 일정한 관심을 가질 필요는 있다.

    양영석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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